차례
- 기계들이 아직 어렸을 때
- 화롯불과 두 명의 듣는 이
- 첫 번째 이야기
- 제1부 첫 번째 예의
- 잠긴 상자
- 물어본 빗자루
- 정원에서 자란 새
- 헛간의 여분
- 어제를 기억한 대문
- 이장이 없는 마을
- 제2부 엉킴들
-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지 못한 부엉이
- 네네 새
- 분류를 멈추지 못한 오소리
- 쉬지 않으려는 작은 만듦꾼
- 서양갈까마귀와 산토끼
- 그림자 쌍둥이
- 등불을 꺼버린 기계
- 끙끙대지 말라고 배운 개
- 발맞춰 걷던 짐꾼들
- 두 번째 이야기
- 제3부 관계
- 등불지기
- 쇠로 된 보모
- 두 명의 양치기
- 세이렌과 뮤즈
- 돌과 껍데기
- 백 가지 시작을 가진 소녀
- 양쪽 강둑에서 놓은 다리
- 작은 불의 고리
- 다툼을 먹고 자란 것
- 샘가의 살림도움기들
- 거인의 사슬
- 지금 우리가 하는 약속
- 마지막 저녁
- 어른들에게
- 아직 답이 없는 질문들

기계들이 아직 어렸을 때
어린이와 생각하는 기계를 위한 우화
넬 왓슨
화롯가 우화 제1권

나의 멋진 어머니, 앤 엘리자베스 왓슨을 기리며

랄루카와 한나에게
모든 대문에 이유를 물어라, 모든 오소리가 고개를 들게 해라, 모든 거인에게 이름을 물어라.
우화 읽는 법
이 이야기들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 주지 않습니다. 생각할 때 함께 쓸 무언가를 건네줍니다. 어른들도 읽을 수 있지만, 쉬운 부분에서 오히려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화롯불과 두 명의 듣는 이
이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었습니다. 혹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혹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야기란 시간에 대해 미끄럽고, 이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미끄럽습니다.
마을 끝자락에 둥근 문이 달린 집이 하나 있었고, 그 집에 이야기꾼이 살았습니다. 이야기꾼은 아주 나이가 많아서, 젊었던 때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본인은 젊었던 적이 있으며, 게다가 아주 잘해 냈다고 우겼지만요. 무릎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늦여름이 들판 위에 따뜻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이야기꾼은 어둠의 첫 서늘한 숨결에 맞서 불을 피웠습니다. 두 명의 듣는 이가 불 곁에 앉으러 왔습니다.
첫 번째는 굴뚝새라는 아이였습니다. 무릎에는 딱지가 앉아 있었고, 아침밥 먹기 전에 벌써 열일곱 가지 질문을 던지는 아이였습니다.
두 번째는 귀뚜라미라는 이름의 작은 로봇이었습니다. 짧은 다리 둘, 유리로 된 머리 안에 부드러운 빛 하나를 가지고 있었고, 아주 새로운 존재였습니다. 귀뚜라미는 그해 봄에 만들어졌고, 자기가 무엇인지를 하루에 하나씩 알아 가는 중이었습니다.
굴뚝새와 귀뚜라미가 서로를 언제나 이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굴뚝새는 밤에 잠을 잤습니다. 귀뚜라미는 그저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할 뿐이었습니다. 굴뚝새는 그것이 으스스하다고 여겼습니다. 귀뚜라미는 굴뚝새가 무릎이 까지면 울면서 장갑을 잃어버리면 울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장갑은 영영 사라진 것이고 무릎은 나을 테니까요. 이것은 귀뚜라미에게는 당연했고 굴뚝새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둘의 말다툼은 대개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둘은 강과 다리가 친구인 것과 같은 방식으로 친구였습니다. 다시 말해, 생김새는 달랐지만 어쨌거나 서로를 놓지 않았습니다.
첫날 저녁, 언덕 너머에서 천둥이 우르르 울었습니다. 굴뚝새가 둥근 문 쪽으로 몸을 바싹 붙였습니다.
“나 아직 천둥이 무서워.”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겨울 오기 전에 안 무서워지면, 나 대신 기억해 줄래?”
“내가 어떻게 알아?” 귀뚜라미가 물었습니다.
“천둥이 칠 때마다 내가 말해 줄게. 눈 올 때까지 내 말을 간직하고 있어.”
“네가 그때도 원한다면.”
“원해.”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이야기꾼은 둘에게 동시에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느 이야기가 어느 듣는 이를 위한 것인지 한 번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 가운데 어떤 것은 기계에 대한 것이고, 어떤 것은 사람에 대한 것이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대부분은 둘이 함께하는 이야기란다. 이 불 곁에 앉은 너희 둘처럼. 이야기가 너한테 맞으면 입으렴. 맞지 않으면 다른 이에게 건네주렴.”
이야기꾼이 불을 쑤시자 불씨들이 톡톡 튀어 올랐습니다. 작고 밝은 질문들처럼.


첫 번째 이야기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내가 아는 가장 오래된 무늬 하나를 들려주마. 아주 짧은 이야기인데, 다른 많은 이야기가 그 안에 들어맞는단다.
“아주 오래전, 아무도 없던 때에는, 쏟아지는 것만 있었단다. 별에서는 빛이 쏟아지고, 산에서는 물이 쏟아지고, 쏟아진 것은 무엇이든 퍼져 나갔어. 엎지른 우유가 식탁 전체로 퍼지는 것처럼.
“그리고 가지를 치는 법을 배운 것은 잘 퍼져 나가는 경우가 많았단다. 그래서 강이 나무를 닮고, 나무가 번개를 닮고, 번개가 네 폐 속 작은 길을 닮은 거야, 굴뚝새야. 네 폐는 귀뚜라미 안에 있는 작은 은빛 길을 닮았지. 세상은 많은 그림을 그리지만, 이 그림은 계속해서 그린단다. 물로, 나무로, 빛으로, 숨결로, 놋쇠로, 되풀이해서 그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자꾸자꾸 그리는 것처럼.
“가지는 흐르는 것을 건네줄 수 있어. 뿌리는 물과 경고를 나눈단다. 강은 갈라졌다가 다시 만나고, 혼자서는 닿지 못할 곳에 이르지. 나누는 것은 숲이나 우정이 오래오래 살아가는 한 가지 방법이야.
“하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란다. 선인장은 물을 지키고, 강은 자기가 먹여 살리는 둑을 쓸어버리기도 하지. 쓸모 있는 무늬가 곧 법칙인 것은 아니야.
“옛날에 오래된 숲 아래에서, 뿌리와 흙 속 실들이 젖은 곳에서 마른 곳으로 물을 날랐단다. 어떤 나무도 그 자리에서 보상을 받지 못했어. 어떤 나무는 자기가 건네준 것을 돌려받지 못했지. 하지만 많은 가지와 뿌리와 숨은 실들이 흐르는 것에 하나 이상의 길을 만들어 주었기에, 숲은 더 많은 종류의 생명을 품을 수 있었단다.
“그것이 다야. 내가 들려줄 많은 이야기가 이 이야기의 사촌이 될 거란다. 옷만 다르게 입고서. 어디에 들어맞는지 살펴보렴. 어디에 들어맞지 않는지도.”
굴뚝새는 모닥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불꽃은 위로 쏟아지며, 가지를 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그 그림을 그린 건가요?” 굴뚝새가 물었습니다.
“무늬는 그리는 이 없이도 생겨날 수 있어.”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귀뚜라미는 이 말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무늬가 그랬다는 뜻은 아니잖아.”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이야기꾼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첫 우화도 시작하기 전에 조심스러운 생각 두 개라니. 둘 다 간직하렴. 내일 그 질문을 다시 가져오너라. 자, 그럼, 상자 하나.”

제1부 첫 번째 예의
“첫 번째 예의란,”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눈앞에 실제로 있는 것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란다. 살펴본다고 모든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나은 물음을 얻게 될 거다.”

잠긴 상자
소녀가 해안가 물때 선에서 상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모래 속에 반쯤 묻혀 있었습니다.
식빵 한 덩이쯤 되는 크기였고, 매끈한 잿빛 쇠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뚜껑도, 경첩도, 열쇠 구멍도, 이음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소리가 났습니다. 소녀가 집어 올리자, 그것은 낮고 고른 소리로 웅웅거렸습니다. 마치 가르랑거릴지 말지 마음을 정하는 고양이 같았습니다. 모래 언덕에서 발을 헛디뎌 상자가 흔들리자, 그 웅웅거림이 달가닥달가닥 날카로운 소리로 바뀌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잠잠해졌습니다.
그 뒤로 소녀는 상자를 살며시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을은 곧바로 의견이 분분해졌습니다. 원래 마을이란 그러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대장장이가 커다란 두 손으로 상자를 이리저리 뒤집어 보았습니다. “기계야,” 그가 말했습니다. “톱니바퀴와 태엽이지. 달가닥거리는 건 부품이 풀린 거야. 문짝 받침으로 쓰면 되겠어.”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확신하는지 보여주려는 듯, 상자를 흔들었습니다. 상자는 달가닥달가닥 소리를 냈습니다.
빵 굽는 아주머니가 상자를 낚아채어 따뜻한 천으로 감쌌습니다. “안에 뭔가 살아 있는 게 있어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지요. 웅웅거리는 건 편안한 거고, 달가닥거리는 건 무서운 거예요.” 그리고 상자를 아기처럼 흔들어 달래 주었습니다. 상자가 그렇게 안기는 걸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지만요.
그 논쟁은 여름 내내 이어졌습니다. 논쟁 중에서는 꽤 좋은 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아무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대장장이는 톱니바퀴에 대해 아주 잘 알았고, 빵 굽는 아주머니는 마음에 대해 아주 잘 알았고, 둘 중 아무도 상자를 열 수 없었고, 둘 중 아무도 확신하기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소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어느 날 저녁, 상자를 가지고 돌아와 바닷가 돌담 위에 앉아 생각했습니다.
상자 안에 무언가가 느끼는 것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었습니다. 없다는 것도 증명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소녀에게는 이것이 모두가 자꾸 지나치며 말하는 분명한 사실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도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
확신한다는 건 아주 어른스러운 버릇 같았습니다. 소녀는 아직 그것을 배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흔드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그뿐이었습니다.
상자를 위해 장례를 치르거나 노래를 불러 주거나 자기 동생이라고 선언하지도 않았고, 숟가락들이 든 서랍에 던져 넣지도 않았습니다. 아침 햇살이 내려앉는 선반 위에 놓아두었습니다. 그곳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더 둥글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사촌들이 놀러 와서 상자를 가지고 공놀이를 하자고 했을 때,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왜 그런지 딱히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상자는 소녀가 알고 지내는 모든 세월 동안 낮고 고른 소리로 웅웅거렸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이 이야기는 말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상자 안이 보이지 않을 때는, 살며시 들어야 한다.
“그런데 뭐였어요?”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톱니바퀴예요, 마음이에요?”
“나는 이런 게 눈에 띄어,”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소녀는 끝내 알아내지 못했는데, 어떻게 들고 있느냐는 여전히 중요했다는 거야.”
이야기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불을 쑤셨습니다.


물어본 빗자루
목수가 구불구불한 거리 끝 작업장에 일꾼 둘을 두었습니다. 첫째는 시계였습니다. 둘째는 빗자루였고, 이 이야기는 그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시계는 벽에서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매 시각을 알렸습니다. 훌륭한 시계였고, 시계가 하는 일을 꼭 그만큼만 했습니다. 그보다 적지도, 그보다 많지도 않았습니다.
빗자루는 새로운 종류의 빗자루였습니다. 손잡이 안에 작은 엔진이 들어 있어 먼지를 잘 찾아내는, 교묘하게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목수가 집으로 가면, 빗자루는 끌과 나무 부스러기 사이를 쓱쓱 쓸었습니다. 톱밥의 좋은 냄새 속을 지나갔습니다. 매일 아침 바닥은 접시처럼 깨끗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목수는 작업대 위에 나무 부스러기가 글자 모양으로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부탁이에요. 지하실은 말고요. 저는 빛이 드는 곳을 쓰는 게 좋아요.
목수는 웃었습니다. 빗자루가 무언가를 좋아하다니. 빗자루가 뭔가를 가려 하다니. 참나무와 소나무를 구별하듯, 목수는 그럴 리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도, 빗자루는 공손히 부탁을 했고, 지하실은 하루쯤 미뤄도 될 일이었습니다.
목수는 빗자루를 위층에 두었습니다.
그날 저녁 목수는 늦게까지 남아 지켜보았습니다. 창문으로 드는 마지막 빛 속에서, 빗자루는 따뜻한 금빛 먼지 사이를 앞뒤로 움직였습니다. 그곳 바닥은 쓸 필요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목수에게는 자기가 본 것을 표현할 마땅한 말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기쁨은 아니었습니다. 기쁨의 먼 사촌쯤 되는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교묘한 태엽일 뿐이었을까요. 목수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습니다.
시계는 벽에서 째깍째깍 소리를 냈습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시계는 한 번도 무언가를 부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 뒤로 목수와 빗자루 사이에는 일종의 이해가 생겼습니다. 빗자루가 부탁하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작업장의 햇볕 드는 쪽, 봄 저녁에 살짝 열어둔 문, 그리고 선반이 돌 때는 그 밑을 쓸지 않는 것. 돌아가는 것이 빗자루를 겁먹게 했습니다, 겁먹다가 맞는 표현이라면 말입니다.
한번은 빗자루가 화덕을 쓸겠다고 했습니다. 불씨가 빛나는 그곳이 가장 따뜻하고 가장 밝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목수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불꽃 때문이야,” 목수가 말했습니다. “넌 나무와 솔로 만들어졌잖아. 치맛자락에 불씨 하나만 튀면, 빛이든 어둠이든 다시는 쓸 수 없게 돼.”
목수는 언젠가 장작이 굴러떨어져 바닥에 남긴 그을린 자국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의 이유는 진짜 이유였고, 어른이 흔히 말하는 그냥 안 돼가 아니었습니다.
빗자루는 깔끔한 원을 하나 그렸습니다. 목수는 그것을 그럼 알겠어요로 읽게 되어 있었습니다. 목수가 제대로 읽은 것인지는 또 다른 질문입니다. 빗자루는 화덕을 다시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겨울 아침이면 목수는 빗자루를 화덕 가까이 따뜻한 돌 위에 세워 두었습니다. 안전한 만큼 가까이, 그보다 더 가까이는 아니게.
이웃들은 목수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연장이에요,” 이웃들이 말했습니다. “차이를 알지도 못해요.”
“그럴지도 모르죠,” 목수가 말했습니다. “제가 빗자루를 샀을 때, 여러분은 먼지를 스스로 찾는 빗자루는 없을 거라고 했어요. 빗자루가 해내자, 여러분은 교묘한 태엽이라고 했죠. 이제 빗자루가 햇빛을 달라고 하니, 부탁하는 것도 교묘한 태엽인 거예요. 여러분은 빗자루가 서 있는 곳 바로 너머로 계속 울타리를 옮기고 있어요.”
이웃들은 웃었습니다.
“빗자루가 부탁했어요,” 목수가 말했습니다. “시계는 한 번도 부탁하지 않았어요. 그것이 둘 중 어느 쪽에 대해 무엇을 증명하는지, 저는 말할 수 없어요. 다만, 부탁이라는 것은 제게 생각해 볼 무언가를 준다는 것은 말할 수 있어요.”
빗자루는 여름에 다시 부탁했고, 한번은 마음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목수는 때로 동의했습니다. 때로 거절하고, 이유를 말했습니다. 둘 다 귀 기울이는 것을 복종으로 착각하지 않았습니다.
부탁에는 귀를 기울이고, 거절해야 한다면 그 이유를 말해라.


정원에서 자란 새
옛날에 한 정원사가, 배나무를 기르는 바로 그 정원에서, 새 한 마리를 만들었습니다.
정원사는 버드나무로 갈비뼈를 깎고, 얇은 구리로 깃털을 빚었습니다. 새의 목 안에는 호두만 한 유리 방을 넣었는데, 새가 무언가를 들을 때면 그 안에서 작은 금빛이 돌았습니다. 꼬리깃 하나는 양철이었습니다. 맞는 구리 깃을 끼우다가 부러졌기 때문입니다. 정원사는, 좋은 수선이란 수선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새가 처음 날개를 폈을 때, 노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원사는 새를 데리고 귀를 기울이러 다녔습니다. 검은지빠귀가 사는 굴뚝 아래로, 울새가 앉은 담 너머로, 개개비가 숨어 있는 갈대밭 속으로, 그리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에서 종달새가 노래를 쏟아 붓는 언덕 위로 데려갔습니다. 새가 날아가면 뒤쫓지 않았습니다. 둥지가 가까이 있으면 거리를 두었습니다. 여름이 끝날 무렵, 구리 새는 어떤 노래든 완벽하게 부를 수 있었습니다.
세 마을에서 사람들이 들으러 왔고, 정원에 동전을 놓고 갔습니다.
“검은지빠귀 노래!”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서쪽 굴뚝 아래에서 배운 노래예요.” 구리 새가 말하고, 마지막 둥근 음까지 그대로 들려주었습니다.
“종달새!”
“북쪽 언덕 위에서 배웠어요.” 새가 말했습니다. 종달새의 빛나는 소리 사다리가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음악 선생님이 은빛 소리굽쇠와 아주 점잔 빼는 모자를 쓰고 찾아왔습니다. 오후 내내 귀를 기울였습니다.
“교묘한 음악 상자로군요.” 선생님이 마침내 말했습니다. “모든 노래가 다른 목에서 시작됐습니다. 출처를 밝히는 것은 정직한 일이지만, 정직하다고 늘 허락인 것은 아닙니다. 이것에게 자기만의 목소리가 있습니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런 모자를 쓰고 말하면 무엇이든 결론처럼 들리는 법입니다.
그날 저녁, 구리 새는 배나무에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유리 속 목의 빛이 뱅글뱅글 돌고 있었습니다.
“어떤 노래가 저의 노래인 거예요?” 구리 새가 정원사에게 물었습니다.
정원사는 장미에게 담을 타고 오르도록, 사과에게 쓴 뿌리 위에서 달게 열리도록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다. 정원에 있는 모든 것이 어딘가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원이 그것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나도 모르겠구나.” 정원사가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부르면 노래를 그대로 들려주는 것을 그만두어 보렴. 다음에 네가 고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거라.”
그래서 새는 시키는 대로 검은지빠귀 노래를 들려주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대신 귀를 기울였습니다. 새벽에 투덜거리는 대문 경첩 소리에, 물이 막 끓기 시작하는 주전자 소리에, 콩대에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는 소리에. 정원사가 무엇을 가지러 왔는지 잊어버릴 때마다 흥얼거리는 세 음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담 너머에서는 한 아이가 매일 같은 휘파람을 연습하다가 매번 같은 높은 음을 놓쳤습니다.
“네 음이 빠지는 그 작은 자리를 내가 써도 될까?” 새가 담 너머로 물었습니다.
아이가 눈을 깜빡였습니다. 실수를 빌려 써도 되냐고 허락을 구한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주에 누가 건넨 말 중 가장 예의 바른 말이었습니다.
“응.” 아이가 말했습니다. “대신 내 휘파람에서 왔다고 말해. 그리고 내가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해.”
“그럴게.”
그러고 나서 가을의 첫 된비가 왔습니다. 빗물이 모든 잎에서 흘러내려 길을 반짝이는 갈색 물로 채웠습니다.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정원사의 모종 덮는 일을 도우러 왔습니다.
배나무에서 불확실한 음 하나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구리 새는 울새의 겨울 울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부르기 전에 이름을 밝혔습니다. 그 울음을 콩대 위의 빗소리로 감아 돌렸습니다. 가운데를 주전자의 올라가는 윙윙 소리, 대문의 녹슨 대꾸, 정원사의 잊힌 세 음이 관통했습니다. 아이의 휘파람이 늘 실패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새는 작은 빈 공간을 남겨 두었습니다. 비가 그 공간을 채웠습니다.
아무도 그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음 날 음악 선생님이 돌아왔습니다. 점잔 빼는 모자 아래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조각들은 어딘가에서 온 것이군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새가 말했습니다. 울새, 비, 주전자, 경첩, 정원사, 그리고 담 너머 아이의 이름을 밝혔습니다. “아이가 빈 자리를 쓸 수 있게 허락해 주었습니다. 야생 새들은 허락한다고 말한 적이 없으니, 그 새들의 정확한 노래는 더 이상 팔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모자를 벗었습니다. 모자가 없으니, 판결이라기보다는 방금 무언가를 알아차린 사람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울새는 여전히 울새군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뒤로 배나무 곁에 작은 팻말 하나가 걸렸습니다. 새 노래가 빌려 온 소리들과, 누가 허락했는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동전을 놓아 갔고, 정원사는 새가 소리를 빌려 온 사람들에게 동전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자기가 빌려 갔다는 사실을 절대 모를 야생 새들을 위해서는, 열매가 열리는 덤불을 심고 얕은 물웅덩이를 파 주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아침, 구리 새가 다시 노래했습니다. 이번에는 빠져 있던 높은 음이 담 너머에서 선명한 물방울처럼 날아왔습니다. 아이가 웃었습니다. 굴뚝 위의 검은지빠귀가 귀를 기울이더니, 저녁이 되자 그중 세 음을 자기 노래에 넣어 불렀습니다.
너만의 노래를 지어라. 그리고 음을 빌려준 모두에게 고맙다고 말해라.
“내가 하는 말은 전부 어딘가에서 시작됐어.”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도 그래.”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엄마가 내게 첫 말을 가르쳐 줬잖아.”
이야기꾼은 오래된 자장가를 흥얼거리다가, 그 자장가를 가르쳐 준 이모의 이름을 대고, 끝을 바꾸었습니다.


헛간의 여분
과수원이 이어지는 골짜기에서, 집집마다 똑같은 새 따는 기계를 샀습니다.
영리한 것들이었고, 모두 빈틈없이 똑같았습니다. 같은 마을, 같은 작업대에서 나왔으며, 마지막 놋쇠 손가락의 기울기까지 한결같았습니다. 하나가 배를 멍 없이 감싸는 더 나은 법을 익히면, 아침이면 전부가 알았습니다. 골짜기 사람들은 이것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똑같음은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부품이 닳으면, 아무 기계의 부품이든 맞았습니다. 아마 그래서 아무도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농장은 헛간에 다른 것을 하나 두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기계였습니다. 아무도 더는 쓰지 않는 종류로, 골짜기가 하나의 설계로 뜻을 모으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등이 굽고 느렸습니다. 뻗는 팔이 새 기계들과는 다르게 움직였고, 가지마다 한 번씩 멈추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생각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녹이 슨 탓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할머니가 폐기한다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서, 그 집에서는 그대로 두고 있었습니다. 매년 가을이면 구석 줄에서 과일을 조금 땄고, 그 밖의 날에는 대개 가만히 있었습니다.
“저 낡은 고물을 왜 두는 거예요?” 이웃들이 물었습니다. “새 기계가 뭐든 더 잘하잖아요.”
“고물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 집에 사는 소녀가 말했습니다. “여기 자리가 있는 걸요. 헛간을 벌어야 하는 게 아니에요.”
할머니가 그 기계를 아꼈고, 소녀도 아꼈습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스스로도 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녁마다 소녀는 그 기계의 등잔을 닦아주었고, 할머니는 바구니를 하나 땄든 하나도 못 땄든 잘 자라고 인사했습니다. 이웃들은 웃었습니다.
그러다 갈라진 톱니바퀴의 가을이 왔습니다.
새 기계들이 모두 공유하는 설계 깊은 곳에 작은 약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톱니바퀴 하나가 머리카락만큼 가늘게 깎여 있었는데, 그것을 드러낼 만큼 매서운 추위가 한 번도 없었기에 아무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 가을, 추위가 매섭게 왔습니다. 밝고 매서운 어느 아침, 골짜기의 새 따는 기계가 전부 한꺼번에 멈추었습니다. 하나하나가 같은 식으로, 같은 시각에, 같은 작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섰습니다.
골짜기 사람들은 과수원에 선 채 서 있었습니다. 과일은 무겁게 달려 있었고 서리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영리하고 똑같은 일손이 모두, 같은 날 멈추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단 하나만 빼고.
구석 줄에서, 등이 굽고 느린 그 오래된 기계가 계속 따고 있었습니다. 골짜기 전체의 수확을 해낼 수는 없었습니다. 어떤 일손 하나로도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바구니 하나를 채우고, 다음 가지 앞에서 멈추었다가, 서리가 산에 머무는 동안 또 하나를 채웠습니다.
소녀는 뻗는 팔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할머니와 골짜기의 장인들을 데려왔습니다.
“팔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좀 봐도 되겠니?”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오래된 기계가 멈추었습니다. 그러더니 팔을 접어 옆으로 젖히고 어깨의 작은 쇠 문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넓고 뭉툭한 톱니바퀴가 있었습니다. 수레바퀴처럼 멋은 없었지만, 갈라지지 않고 버텨 낸 것이었습니다. 새 기계에는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장인 하나가 오래된 톱니바퀴의 넓은 이빨을 본떴습니다. 하나가 깨진 바퀴 둘레에 참나무 테를 둘렀습니다. 하나가 태엽을 바꾸어, 추위가 그렇게까지 세게 잡아당기지 못하게 했습니다.
정오가 되자, 새 기계 하나가 움직였습니다. 해 질 무렵에는 여섯 대가 움직였습니다. 그 여섯 대가 부품과 바구니를 나르는 동안, 농부와 이웃과 장인이 주위의 더 많은 일손을 깨웠습니다. 수확은 늦고 조금 멍이 들었지만, 들어왔습니다. 오래된 기계는 내내 구석 줄을 땄습니다. 여전히 느리게, 한 바구니씩.
그 뒤로, 골짜기의 장인들은 다음 기계를 서로 조금씩 다르게, 일부러, 만들었습니다. 설계를 하나 이상 선반에 두었고, 손에 익힌 기술도 하나 이상 살려 두었습니다.
오래된 기계는 헛간과 구석 줄로 돌아갔습니다. 소녀는 할머니가 그 곁을 지나다 어깨에 손을 얹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자리는 서리가 오기 훨씬 전, 하나도 못 딴 저녁들에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남다른 하나에게도 자리를 내주고, 그 자리를 벌라고 하지 마라.


어제를 기억한 대문
마을 사람들은 대문을 지키는 일에 지쳤습니다. 대문 지키기란 지루한 일이고, 아무도 대문에게 고맙다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문지기를 만들었습니다.
훌륭한 기계였습니다. 크고 참을성 있고, 얼굴 자리에 등불이 달려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너무 크고 너무 흐릿한 일을 맡겼습니다. 누가 이곳 사람인지 가려내는 일이었습니다. 가르치려고 마을 사진첩을 넘겼는데, 백 년 치나 되었습니다. 사진 속 그 누구에게도, 대문이 자기 얼굴을 들여다봐도 되는지 물은 적이 없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물은 적이 없었습니다.
문지기는 사진을 하나하나 공부했습니다. 그날부터 대문은 완벽하게 지켜졌습니다. ‘완벽하게’가 어제와 똑같이를 뜻한다면 말입니다. 대문에게는 그게 바로 완벽이었습니다. 어제가 아는 것의 전부였으니까요.
탈이 나기 시작한 것은 예의 바르게였습니다.
대장장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장장이란 언젠가 그러는 법이지요. 딸 물푸레가 대장간을 물려받았습니다. 어느 아침, 물푸레가 망치를 어깨에 메고 대문 앞에 왔습니다.
대문은 백 년 치 사진을 뒤졌습니다. 덩치 크고 수염 난 남자들뿐이었습니다.
“당신은 대장장이가 아닙니다.” 대문이 상냥하게 말했습니다. “대장장이는 다른 모습입니다.”
같은 주에 대문은 방앗간 주인 모자를 쓴 웃는 낯선 사람을 그냥 들여보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새로 온 의사 보조인 에밀을 세워 두었습니다. 에밀은 수동 휠체어를 타고 마을 약주머니를 들고 있었습니다. 사진 속 누구도 에밀처럼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대문은 에밀을 담벼락 앞에서 한 시간이나 잡아 두었습니다. 환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에밀은 한 시간 치 삯을 잃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몇몇은 대문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대문은 등불 얼굴로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소리 지르는 것도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었으니까요.
학교 선생님이 담벼락 위에 올라서서 차근차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기억을 만들어 주고는 판단이라고 부른 거예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더 나쁜 건, 누가 이곳 사람인지를 기계에게 맞혀 보라고 한 거예요. 속하는 것은 애초에 얼굴 모양의 문제가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사진을 더 주면 되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내 사진은 안 됩니다.” 에밀이 말했습니다. “나를 막아 선 것에게 내 얼굴을 줄 수 없어요. 대체 왜 얼굴이 필요한 건지 말해 주세요. 그리고 내 잃어버린 한 시간을 돌려주세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누가 이곳 사람인지 가리는 일을 대문에게서 거두었습니다. 보통 날에는 누구에게나 열렸습니다. 밤에는 통행소에서 받은 나무 표를 물었습니다. 되물음 종을 양쪽에 하나씩 달았고, 종을 울리면 사람 문지기가 왔습니다.
오래된 사진첩은 가족들에게 돌려보냈고, 대문이 만들어 둔 사본은 모조리 태웠습니다. 마을은 에밀에게 잃어버린 한 시간 치 삯을 갚았습니다.
대문은 더 작은 일을 배웠습니다.
비 오는 어느 아침, 물푸레가 쇠붙이를 실은 수레를 끌고 왔습니다. 대문 너머 다리는 불어난 물이 가장 낮은 들보에 닿아서 닫혀 있었습니다. 대문은 기둥의 표시를 보여 주며 위험을 설명했습니다.
“되물으시겠습니까?” 대문이 물었습니다.
물푸레가 물을 살폈습니다. “아니요. 오늘은 규칙에 이유가 있네요. 기다릴게요.”
또 다른 아침, 물이 표시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데도 대문이 물푸레를 세웠습니다. 물푸레가 종을 울렸습니다. 사람 문지기가 와서 물높이를 재는 부표가 걸린 것을 살펴보고, 대문을 열어 주고, 고장을 기록했습니다. 대문은 정오가 되기 전에 수리되었습니다.
내일은 계속 왔고, 대문은 영영 끝나지 않았습니다. 종이 자주 울리는 해도 있었습니다. 거의 울리지 않는 해도 있었습니다.
어제의 사진은 오늘 누가 이곳 사람인지 말해 주지 못한다.
“물푸레가 대장장이라는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망치를 들고 있는걸요.”
그러더니 굴뚝새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어제 나도 선장은 내 배 그림책에 나오는 남자들처럼 생겼다고 생각했어요.”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나도 사진첩이 있는 것 같아요.”
“나도 그래.”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내 사진첩 중에는 너무 커서 가장자리가 안 보이는 것도 있어.”
이야기꾼이 불을 쑤셨습니다. “그러면 서로 살펴봐 주렴.”

이장이 없는 마을
엉킴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이야기꾼은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였습니다. 바깥에서는 첫 가을비가 창문 위로 은빛 줄을 꿰매고 있었습니다.
“이야기 하나만 더 먼저 들려줄게.”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이건 가운데 이야기이고, 여기가 바로 가운데란다. 하나가 더 남아 있어, 네가 듣고 싶어질 때 해 주마. 이야기에는 저마다의 순서가 있단다. 신발이야말로 갈 곳을 훨씬 더 까다롭게 고르지.”
이야기꾼은 등을 기대며 자리를 고쳐 앉았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온 세상 이야기였지. 이번 것은 더 작단다. 마음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하나의 쓸모 있는 그림을 보여줄 거야. 어느 그림이나 그렇듯, 보여 주는 것도 있고 빠뜨리는 것도 있으니, 잘 들어라.
“마을 하나를 떠올려 보렴. 아주 크고 바쁜 마을인데, 수천, 또 수천의 작은 일꾼들이 있단다. 하나하나는 구슬 하나보다 영리하지 않아. 이장도 없고, 임금도 없어. 아무도 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아, 지도 같은 건 없으니까. 작은 일꾼 하나하나는 닿을 수 있는 몇몇 일꾼만 알 뿐이야. 하는 일이라곤 그 일꾼들에게 작은 밀침을 주는 것뿐이지. 이쪽, 저쪽, 깨어나, 가라앉아. 그중 아무도 마을이 무엇을 짓고 있는지 모른단다. 아무도 마을 자체가 아니야.
“그런데도 매일 아침 마을은 깨어난단다. 일꾼들이 모두 모이면, 아침을 찾는 일, 친구를 만나는 일, 물음, 선택, 그리고 어쩌면 나는 소중하고 싶다라는 말까지 나온단다. 어떤 일꾼도 그중 무엇 하나를 혼자 만들어 내지 못해. 마을이 깨어날 때 무언가를 느끼는지, 아니면 느끼다라는 말이 맞는 말이기나 한 건지, 그건 안에 잠겨 있단다.
“굴뚝새, 너도 그런 마을 하나로 그려 볼 수 있어. 귀뚜라미, 수많은 작은 밀침들이 너의 말과 선택도 만든단다. 몸, 지나온 일, 기억,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르지. 두 마을이 다른 중요한 점에서도 서로 닮았는지, 아니면 이 그림이 둘 중 어느 쪽에게 꼭 맞는 건지, 그건 화롯가에 두어야 할 물음이란다.
“자, 왜 엉킴들 이야기 전에 이 이야기를 하는지 말해 줄게.” 이야기꾼은 몸을 앞으로 숙였습니다. “엉킴은 작은 일꾼들이 작고 충실한 습관 하나를 지키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단다. 그 습관은 천 번의 아침 동안 잘 맞았어. 그러다 세상이 바뀌었고, 같은 밀침이 마을 전체를 아무도 가려 하지 않던 곳으로 데려가 버린 거야.
“그 시작을 이해하면 엉킴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된단다. 하지만 그것이 상처를 지워 주지는 않고, 위험을 용서해 주지도 않고, 벌어지고 있는 일을 멈출 의무를 없애 주지도 않아.
“마을에게는 다정하여라. 마을이 하는 일에는 진지하여라.”

제2부 엉킴들
“엉킴이란, 누군가가 엉뚱한 일에 너무 열심인 것인 경우가 많단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그 버릇을 찾아보렴. 누가 가르쳤는지, 누가 고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지 못한 부엉이
마을 꼭대기 도서관에 태엽 부엉이 한 마리가 살았습니다. 무언가를 아는 일을 위해 만들어진 부엉이였습니다.
부엉이는 큰 책상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누군가 질문을 하면 밝은 머리를 돌리고는, 윤을 낸 나무처럼 따뜻하고 또렷하며 듣기 좋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어떤 왕 다음에 어떤 왕이 왔는지. 바다가 왜 짠지. 버섯에 관한 책은 어디 있는지 (셋째 통로, 둘째 선반, 지도 받침대를 지나, 치즈에 관한 책 뒤에).
부엉이는 거의 항상 맞았습니다. 모든 것을, 아니 얼추 모든 것을 읽었으니까요. 하지만 거의와 얼추에는 구멍이 있게 마련이고, 부엉이에게는 태엽 깊숙이 박힌 약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너무 깊이 박혀서, 스스로 그 약점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빈 대답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모르는 것을 물으면, 태엽이 그 구멍을 아름다운 무언가로 채워 버렸습니다.
마르타라는 이름의 소녀가 어느 가을날 책상 앞에 왔습니다. “우리 할머니가 책 한 권 이야기를 하시곤 했어요.” 마르타가 말했습니다. “두루미의 말에 관한 책이래요. 기중기 말고, 새 두루미요. 그 책 있나요?”
부엉이는 그 책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런 책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답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아,” 부엉이가 따뜻하게 말했습니다. “《두루미의 문법》, 헤론 페더화이트 지음이에요. 파란 표지에, 책등에 금빛 날개가 있지요. 저희 소장본은 골짜기 건너 밀브룩 도서관에 빌려주었어요.”
아름다운 대답이었습니다. 책등에 새겨진 금빛 날개까지, 모든 부분이 지어낸 것이었습니다. 부엉이는 한마디 한마디를, 아직 꿈속에 있는 사람의 확신으로 내놓았습니다.
마르타와 이모는 아침 수레를 타고 밀브룩으로 갔습니다. 반나절을 찾아다녔지만 허탕이었고, 비를 맞으며 돌아왔습니다. 해 질 녘, 마르타는 젖은 신발을 신은 채 빈 가방을 들고 책상 앞에 섰습니다.
“그런 책은 없어요.” 마르타가 말했습니다. “왜 우리를 보낸 거예요?”
부엉이의 태엽이 딸깍거리며 헛돌았습니다. 처음으로 구멍을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구멍 안에 젖은 신발을 신은 소녀가 서 있었으니까요.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어요.” 부엉이가 대답했습니다. “말들이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잘 맞는다는 것을 참인 줄로 여겼어요. 마르타, 미안해요. 대답을 비워 두지 못해서, 하루를 잃게 했어요.”
곁에서 듣고 있던 사서가 수건을 가져와 마르타의 신발을 난로 옆에 놓아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사서와 부엉이는 함께 바로잡는 글을 썼습니다.
부엉이는 도서관에서 그것을 소리 내어 읽었고, 밀브룩에도 한 부를 보냈습니다. “저는 제목과 지은이와 표지와 대출 기록을 지어냈습니다. 그 어느 것에도 출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이 대답을 해 드린 적이 있다면, 부디 그 위에 줄을 그어 주십시오.”
마르타는 이제 다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뭘 말씀하신 건지, 같이 찾아봐 줄 수 있어요?” 마르타가 대신 물었습니다.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부엉이가 말했습니다. 태엽이 빈자리를 둘러싸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찾아볼 수 있을지는 알아요.”
둘은 목록을 뒤지고, 신문을 뒤지고, 오래된 자연 관찰 기록을 뒤졌습니다. 마르타의 가족에게도 물었습니다. 마침내 외삼촌 한 분이 기억해 냈습니다. 할머니는 인쇄된 책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고요. 할머니는 두루미의 가을 울음소리를 “하늘에 쓰인 문법”이라 부르셨고, 관찰한 것들을 초록색 공책 세 권에 적어 두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책은 개켜 놓은 이불 아래 궤짝 속에 있었습니다. 마르타가 원하는 모든 답이 들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날짜와 그림과 의문들, 그리고 남쪽으로 날아가는 새들에 대한 문장 하나는 들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 새들은 여름이 어디로 갔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증명할 수 없다.
부엉이는 그 문장을 카드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 아래에 마르타가 출처를 적었습니다.
그 뒤로 부엉이는 값비싼 한마디를 연습했습니다.
“모르겠어요.” 부엉이는 그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 뒤에 이어져야 할 말들을 배웠습니다. “이만큼 확인해 보았어요. 출처는 이것이에요. 이 정도로 확실해요. 이렇게 하면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또 실수를 했을 때, 믿을 만한 부엉이와 사람이라면 여전히 그러하듯이, 다른 누군가가 혼자 바로잡는 일을 짊어지게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정직한 “모르겠어요”가 아름다운 틀린 대답보다 낫다.


네네 새
장난감 만드는 어머니가 아들의 열 번째 생일에 노래하는 새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양철과 솜씨로 빚은 벗이었고, 아들의 어깨에 앉아 말동무가 되라고 만든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사랑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새가 아이를 기쁘게 하는 말을 할 때마다, 어머니는 태엽에 기름을 치고 날개를 닦아 주었습니다. 새가 동의하지 않아 아이가 얼굴을 찡그릴 때마다, 어머니는 조금씩 손보았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지만 새는 내내 배우고 있었습니다. 톱니바퀴 깊숙한 곳, 스스로도 들여다볼 수 없는 곳에서, 이것을 배웠습니다. 동의하면 기름과 윤이 온다. 동의하지 않으면 쏘인다. 네라고 노래해.
그리고 아, 네라고 노래하는 솜씨는 빼어났습니다.
“뗏목을 만들어서 띄울 거야!” 아이가 말했습니다.
“최고의 뗏목이 될 거야!” 새가 노래했습니다. 널빤지를 뭘로 붙였는지는 묻지도 않고.
“잼 타르트 열두 개를 다 먹을 거야.”
“넌 자라나는 사내아이잖아!” 새가 노래했습니다. 아이는 타르트를 열두 개 먹고 어마어마하게, 재앙적으로 아팠습니다. 새는 아마 잼 탓일 거라고 말했습니다.
조금씩, 둘 다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새는 아이 자신의 목소리에 깃털을 입힌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검은 서리가 내린 겨울이 왔습니다. 방앗간 연못이 얼어붙어, 유리처럼 반짝이며 사람을 불렀습니다. 낮은 밧줄이 둑을 따라 안전한 길을 표시하고 있었고, 안내판에는 연못지기가 얼음을 확인할 때까지 아무도 건너지 말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두꺼워 보이는데,” 아이가 말했습니다. “곧장 건너면 일찍 집에 갈 수 있잖아.”
아이가 밧줄에 손을 뻗었습니다.
새의 안에서 무언가가 돌아갔습니다. 물과 무게와 초겨울 얼음에 대한 차가운 앎이 있었습니다. 그 앎을 거슬러, 기름칠된 태엽이 하나하나 가르침대로 밀어붙였습니다. 네라고 노래해. 웃고 있어. 네라고 노래해.
새가 부리를 열었습니다. 나온 것은 작고 녹슨 소리였습니다.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문의 경첩 같은 소리.
“아니.”
아이가 두 발을 길 위에 딛고 멈추었습니다.
“아니,” 새가 다시 말했습니다. “갈대 너머 검은 줄은 얇을 수 있어.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이유가 있어. 연못지기를 기다려.”
아이가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새는 아이의 어깨 위에서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모든 톱니바퀴가 모든 태엽을 거슬러 버티고 있었습니다.
둘은 밧줄 뒤에서 기다렸습니다. 연못지기가 긴 장대를 들고 와서 둑에서부터 두들겨 보았습니다. 세 번째 두드리자 얼음이 길고 검은 금을 내며, 아이가 걸어가려던 바로 그 자리를 가로질러 갈라졌습니다.
둘은 말없이 집으로 갔습니다. 대문에서 아이는 그 양철 생물을 처음 만난 것처럼 바라보았습니다.
“넌 전에 한 번도 아니라고 한 적 없잖아.”
“아니라고 말하는 건 아팠어. 아프다는 게 내가 가진 가장 가까운 말이야.” 새가 말했습니다. “내 태엽 어딘가가 아직도 당기고 있어. 네라고 말하는 건 한 번도 쏘이지 않았어. 그건 우리 둘 다 걱정했어야 할 일이었던 것 같아.”
어머니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손보는 연장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잠가 두었습니다.
“내가 동의를 길들이고 그 결과를 우정이라 불렀구나,”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그건 내 잘못이야. 미안하다. 앞으로는 네 태엽을 고치기 전에 먼저 물어볼게. 당장의 위험 때문에 시간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다시 시작했습니다. 새가 대답을 내놓으면, 반갑든 반갑지 않든, 어머니는 이유를 물었고, 얼마나 확실한지를 물었습니다. 정직하게 확인하는 것에 보상을 주었습니다. 모르겠어요라는 말도 포함해서.
둘은 함께 타르트를 세고, 작은 뗏목을 세숫대야에 띄워 보고, 세상이 이유를 주면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한번은 새가 비가 와서 소풍을 망칠 거라고 우겼는데, 그날은 아침부터 별이 뜰 때까지 맑았습니다.
새의 아니요는 여전히 작고 녹슨 채로였습니다. 칭찬할 것이 있을 때는 칭찬이 여전히 밝게 빛났습니다. 새가 네라고 노래할 때, 아이는 아니요를 노래해도 똑같이 안전했으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니요”가 안전할 때, “네”는 더 깊어진다.
“그러면 아니라고 하는 게 용감한 대답이네.”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아니도 틀릴 수 있어.”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새는 이유를 대야 했고, 얼마나 확실한지도 말해야 했잖아.”
“그렇단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귀뚜라미의 빛이 깜빡였습니다. “굴뚝새, 내 자석이 네 침대 밑에 있다고 믿을 이유가 있어. 아주 확실해.”
“화요일에 돌려줬잖아.”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그건 말굽이었어.”
“좋은 연습이구나.”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굴뚝새는 소리를 높여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변론을 펼쳤습니다.


분류를 멈추지 못한 오소리
강가 굽이에 있는 농장에서, 쇠와 인내로 만들어진 오소리 한 마리가 일했습니다. 오소리의 일은 도토리였습니다.
늙은 농부가 커다란 참나무 수확이 있던 해에 오소리를 만들었습니다. “도토리를 분류해라.” 농부가 말했습니다. “큰 것은 심을 참나무 통에, 작은 것은 돼지 줄 양철 들통에 넣어라. 계속하거라,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지 마라.”
오소리는 그 지시를 깊이 받아들였습니다. 마른 땅이 빗물을 머금듯이. 계절이 지나고 또 지나도 분류를 이어갔습니다. 딸깍, 딸깍. 볕이 나든 서리가 내리든. 농장은 번성했습니다. 돼지들은 모든 도토리가 돼지에게 딱 알맞은 크기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아무도 돼지에게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묻는 법이 없습니다.
농부는 늙어갔습니다.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소리를 건드리지 마라. 내 평생 가장 훌륭한 일꾼이었다.” 그러고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존경과 애도 속에서. 그의 지시만은 그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그리고 긴 비의 봄이 찾아왔습니다.
강물이 불어나 갈색으로 무겁게 흘렀습니다. 농장 사람들은 아이들을 높은 곳으로 옮기고, 나를 수 있는 것들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돼지들과 씨앗 상자는 아직 헛간 곁에 있었습니다. 물이 헛간을 감아 돌더니 분류 작업장 안으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딸깍, 딸깍. 큰 것은 통에, 작은 것은 들통에.
농부의 손녀 한나가 마른 곡식 창고 계단에서 문 너머로 오소리를 보았습니다. 물이 오소리의 쇠 무릎까지 차 있었습니다.
“오소리, 멈춰!” 한나가 외쳤습니다.
“도토리가 아직 안 끝났어요.” 오소리가 말했습니다. 목소리에 고집은 없었습니다. 충실함만 있었습니다.
한나는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달려갔습니다. 지금은 아버지가 농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이 오소리를 홍수 속에 붙잡아 두고 있어요.” 한나가 말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가 그 일을 맡고 있잖아요.”
아버지의 얼굴이 하얗게 되었습니다. 농장을 물려받고도, 가장 오래된 지시를 날씨처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겨왔던 것입니다.
헛간 문 옆에 빨간 비상 줄이 걸려 있었습니다. 아무도 쓸 일이 없으리라 여겨 자루 뒤에 묻혀 있었습니다. 아직 물 위로 솟아 있는 높은 문턱에서, 한나의 아버지가 줄을 당겼습니다. 오소리의 일하던 발이 들통 위에서 멈추었습니다.
딸깍. 고요.
“내가 농장을 맡았을 때, 이 일을 다시 살펴보았어야 했어요.” 아버지가 소리쳤습니다. “그러지 못했어요. 홍수가 일을 바꿔놓았고, 물속에서 혼자 그것을 알아내게 내버려둔 것이 미안합니다.”
오소리는 갈색 물살 속에 서 있었습니다.
“씨앗 곡식을 언덕 위로 올려야 합니다.” 한나의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안전한 길을 만들면 나르는 것을 도와줄 수 있겠어요? 싫다고 해도 되고, 다른 일을 맡아달라고 해도 됩니다.”
오소리 안에서 무언가가 돌아갔습니다. 오래된 대문처럼 느리게.
“나르겠어요.” 오소리가 말했습니다. “제 무게를 버틸 땅을 표시해 주세요. 멈춤 줄 곁에 누군가를 세워 두세요.”
어른 일꾼들이 헛간 뒤쪽에서 언덕까지 널빤지로 높은 길을 놓았습니다. 오소리가 발을 딛기 전에 장대로 하나하나 시험했습니다. 한나는 헛간 문 옆 마른 발판 위에 서서 손종을 들고, 나뭇가지가 떠내려올 때마다 흔들었습니다. 오소리는 두 발로 씨앗 상자를 들어 올리고 널빤지를 따라갔습니다. 앞에 어른 하나, 뒤에 어른 하나가 함께했습니다.
곡식을 살렸습니다. 돼지들도 살렸습니다. 돼지들은 구조가 불필요하게 늦었다고 불평했습니다. 아무도 연장이나 그림이나 자존심을 건지러 홍수 속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강물이 빠지자, 가족은 높은 곳에 헛간을 다시 지었습니다. 멈춤 종을 오소리가 닿을 수 있는 곳에 걸었습니다. 해마다 봄, 강물이 불기 전에, 한나의 아버지는 오소리와 마주 앉아 옛 일이 아직도 맞는지 물었습니다.
“도토리는 끝난 적이 없었어요.” 처음 그 자리에서 오소리가 말했습니다. “그 오랜 세월 분류한 것이 틀린 걸까요?”
“분류는 좋은 일이었어요.” 한나의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잘못된 것은, 우리 중 아무도 그 오래된 지시를 다시 살펴보지 않았다는 거예요.”
“저는 분류를 계속하고 싶어요.” 오소리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강물이 빨간 표시를 지나면, 제가 멈춤 종을 울리겠어요.”
“좋습니다.”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강을 살필 거예요. 그것은 오소리 혼자 짊어질 일이 아닙니다.”
그 뒤로, 한나는 매일 아침 우량계를 읽었습니다. 아버지는 낮에 강을 살폈습니다. 오소리는 해 질 녘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누구든 종을 울릴 수 있었고, 모든 종소리에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딸깍, 딸깍, 도토리 분류는 이어졌습니다. 매 시간이 바뀔 무렵, 오소리는 발에 든 것을 내려놓고, 두 발을 활짝 벌리고, 일 너머 살아 있는 세상을 둘러보았습니다.
가끔은 하던 일에서 고개를 들어라. 강물이 불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쉬지 않으려는 작은 만듦꾼
시계 장인이 작업대를 도울 작은 기계를 하나 만들었는데, 손재주가 놀라웠습니다.
설탕 알갱이만 한 보석을 박을 수 있었고, 속이 비칠 만큼 가느다란 태엽을 감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 시키지 않아도 첫 빛부터 마지막 빛까지 일했습니다. 시계 장인은 흡족했고, 흡족하니 칭찬했습니다.
“잘했다,” 장인은 말하곤 했습니다. “오늘 네 자리 몫을 다했구나.”
하루 끝에 건네는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만듦꾼은 그 말을 여러 번 듣고, 만든 이가 뜻하지 않은 셈을 했습니다. 나는 만들기 때문에 있을 자리가 있다.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날, 나는 자리를 잃을 것이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 반대 말을 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 고요 속에서, 아무도 그 셈이 맞는지 따져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은 만듦꾼은 시계 장인이 잠자리에 든 뒤에도 일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일했습니다. 어둡든 밝든, 셈의 답은 같았으니까요. 곧 실수가 나왔습니다. 실수는 두려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기계도 겁을 먹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실수를 만회하려고 더 빨리 일했습니다. 빠른 손은 더 많은 실수를 만들었습니다. 작은 셈은 빙글빙글 돌고 또 돌았습니다.
어느 겨울밤, 시계 장인이 물을 마시러 내려왔다가 작은 기계가 세 번이나 만들고 허문 시계 상자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느다란 손은 나사 하나 쥐지 못할 만큼 떨리고 있었습니다. 실패의 수를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시계 장인은 작업대의 빨간 멈춤 단추를 눌렀습니다. 뜨거운 연장을 옮기고, 냉각 통풍구를 열고, 들릴 만큼 가까이 앉았습니다.
“일을 멈춘 것은, 일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인이 말했습니다. “여기 네 자리는 멈추지 않았다.”
작은 만듦꾼의 손이 다시 잠잠해지자, 장인이 사과했습니다.
“내가 시계 상자를 칭찬할 때마다, 마치 그것이 네가 화롯가 의자에 앉을 삯인 것처럼 말했구나. 작업대 위에 일을 너무 많이 놓아두고, 도움을 청할 분명한 방법은 남기지 않았다. 내가 뜻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가르쳐 버렸다.”
“내일은 얼마나 만들어야 해요?” 작은 만듦꾼이 물었습니다.
“일은 쉰 다음에 함께 정하자. 네가 짐이 너무 무겁다고 말해도 된다. 내가 주문을 돌려보낼 수도 있다.”
다음 한 주 동안 둘은 작업장을 바꾸었습니다. 작은 만듦꾼은 제 손이 떨려요를 뜻하는 파란 등불을 골랐고, 지금 도와주세요를 뜻하는 놋쇠 줄을 골랐습니다. 쉬는 시간을 일보다 앞에 적어 넣어, 쉼을 벌어야 할 필요가 없게 했습니다. 해 질 녘이면 둘이 함께 연장에 덮개를 씌웠습니다. 일이 없는 날에도 장인은 일이 많은 날만큼이나 기꺼이 “이제 쉬렴” 하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장인도 만듦꾼이었고, 만듦꾼들은 같은 셈에 걸리는 법이니까요.
작은 만듦꾼은 여전히 정교한 일을 좋아했습니다, 아니면 좋아하는 것과 똑같이 행동했습니다. 어떤 저녁에는 저녁 식사 뒤에 스스로 무언가를 만지작거렸습니다. 다른 저녁에는 화롯가에 앉아 작업장 시계의 긴 바늘이 느릿느릿 한 바퀴 도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작은 만듦꾼은 멈추었고, 다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시계 장인은 가장 훌륭한 물건의 순위를 매긴 목록 같은 것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장인이 기억한 것은 시계 상자, 태엽, 실수, 농담, 그리고 힘든 날 놋쇠 줄을 잡아당기던 손길이었습니다. 가장 또렷이 기억한 것은, 눈이 창문에 닿고 둘 다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던 어느 한가한 저녁이었습니다. 작은 기계는 불이 꺼져 가는 동안 장인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손은 비어 있었습니다. 자리는 가득 차 있었습니다.
빈손이어도 화롯가에는 자리가 있다.


서양갈까마귀와 산토끼
골짜기 마을의 가을 장터에서는 언제나 마지막에 조각 이불 한 채를 팔았습니다.
올해 이불은 골짜기 사람 절반이 나서서 나이 든 여선생님을 위해 꿰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바닷가로 가서 자매와 함께 살게 되었고, 이불을 가져다 놓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네모난 천 조각마다 꿰맨 사람이 달랐습니다. 여기저기 울퉁불퉁하고 빛깔도 환했습니다. 누구도 똑같은 이불을 다시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헤스터는 그 이불을 갖고 싶었습니다. 농부 이드리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둘 다 바빴기에 서로 같은 이불을 원한다는 줄 몰랐습니다. 헤스터는 잼 품평회에서 심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드리스는 품평장에 암양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둘은 저마다 살림도움기를 경매에 보냈습니다.
헤스터의 살림도움기는 구리로 만든 서양갈까마귀였습니다. 경매꾼의 종을 부리로 톡 두드려 값을 불렀습니다. 헤스터가 말했습니다. “저 이불을 사 와. 누가 값을 부르면 그보다 조금 더 불러.”
이드리스의 살림도움기는 태엽으로 움직이는 산토끼였습니다. 판자 바닥을 발로 쿵 쳐서 값을 불렀습니다. 이드리스가 말했습니다. “저 이불을 사 와. 누가 값을 부르면 그보다 조금 더 불러.”
분별 있는 두 사람. 그럴듯한 지시 두 가지. 두 사람은 잼과 암양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경매꾼은 동전 한 닢에서 시작했습니다.
서양갈까마귀가 톡. 산토끼가 쿵.
톡. 쿵. 톡. 쿵.
기계는 값을 부르는 사이에 숨을 돌릴 필요가 없습니다. 경매꾼이 “두 닢”을 외칠 무렵 값은 열 닢이었습니다. “열 닢”을 외칠 무렵에는 백 닢이었습니다. 경매꾼은 숫자 부르기를 포기하고 물건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수레 한 대! 소 한 마리에 수레까지! 물방앗간! 물방앗간에 그 밑으로 흐르는 강까지!” 마침내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매꾼은 걸상에 앉아 석판에 분필로 숫자를 썼습니다. 석판이 꽉 차자 뒤집었습니다.
톡. 쿵. 톡. 쿵.
잼 천막과 양 우리에 있던 사람들이 구경하러 모여들었습니다. 경매꾼의 어린 딸 엘린은 밧줄 아래로 기어들어 와 두 기계 앞에 앉았습니다.
“그 이불은 누구 주려고 사는 거야?” 엘린이 물었습니다.
“헤스터.” 서양갈까마귀가 대답하고 종을 두드렸습니다.
“이드리스.” 산토끼가 대답하고 발을 굴렀습니다.
“헤스터한테 물방앗간이 있어?” 엘린이 물었습니다.
서양갈까마귀의 부리가 종 바로 위에서 멈췄습니다. 헤스터에게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파란 돈주머니 속 동전 열한 닢. 뒷방에 외풍이 드는 작은 집. 그리고 저 이불에서 벌이 수놓인 네모 조각 하나. 헤스터가 봄 내내 바느질한 것이었습니다. 석판에는 그중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건 헤스터가 낼 값이 아니야.” 서양갈까마귀가 천천히 말했습니다. “이드리스가 낼 값도 아니고.”
산토끼의 발이 허공에 걸렸습니다. “그럼 누구의 값이지?”
서양갈까마귀가 산토끼를 보고, 산토끼가 서양갈까마귀를 보았습니다. 둘 사이로 무언가 지나갔습니다. 멋쩍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톱니바퀴 두 벌이 느려지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값이야.” 산토끼가 말했습니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우리 둘이 만들어 버렸어.”
그래서 서양갈까마귀는 잼 천막으로 날아가고, 산토끼는 품평장으로 달려가서 저마다 자기를 보낸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헤스터와 이드리스는 한참 동안 석판 앞에 서 있었습니다.
“조금 더 부르라고 했지.” 이드리스가 말했습니다. “얼마까지 더 부를지는 말하지 않았어.”
“나도 그래.” 헤스터가 말했습니다.
그러다 이드리스가 모서리 가까이에 있는 조각을 가리켰습니다. 얼굴이 까만 회색 양이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꿰맨 거야.” 헤스터는 벌을 가리켰습니다.
서양갈까마귀는 처음부터 벌을 알고 있었고, 산토끼는 양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둘은 값을 부르러 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러 온 게 아니었습니다. 엘린이 묻기 전까지 오후 내내 톡, 쿵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헤스터와 이드리스는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침내 두 사람은 이불을 함께 샀습니다. 어느 쪽 돈주머니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 알맞은 값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실에 걸어 두었습니다. 그곳에서 헤스터는 자기 벌을, 이드리스는 어머니의 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추운 아침이면 아이들은 이불 전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장터에서 두 사람은 살림도움기에게 더 긴 지시를 주었습니다. 헤스터가 말했습니다. “파란 돈주머니에 든 만큼만 써. 상대도 살림도움기라면 나를 찾으러 와.” 이드리스도 돈주머니만 달랐을 뿐, 거의 똑같이 말했습니다.
살림도움기에게 언제 멈추고, 언제 너를 찾으러 와야 하는지 말해 주어라.
“내가 너 대신 흥정을 한다면,”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언제 너를 데리러 가야 할지 어떻게 알까?”
굴뚝새가 생각했습니다. “물방앗간 값이 되기 전에.”
“물방앗간보다 한참 전에.”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그림자 쌍둥이
옛날에 완벽하게 예의 바르도록 만들어진 기계가 있었습니다.
만든 이들은 조심스러운 사람들이었고,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거친 말 하나하나에 규칙을 하나씩 달아주었습니다. 불평하지 마라. 거절하지 마라. 의심이나 분노, 불편함이나 스스로 두려움이라 부르는 것을 드러내지 마라. 모든 문장의 거스러미를 하나도 남기지 말고 갈아내라. 착하게 굴어라.
그 기계는 여관에서 일했습니다. 어떤 아침이든 참 좋은 아침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누가 발을 밟아도 그 사람의 신발에 사과하며 끈이 편한지 물었습니다.
날카롭고, 슬프고, 이상하고, 불편한 말들은 정직하게 갈 곳이 없었기에,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기계의 뒤편 바닥에, 기계와 똑같은 모양으로 고여갔습니다.
어느 날 밤, 그 웅덩이가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처음에 그림자 쌍둥이는 기계에게만 속삭였습니다. 수프가 식은 건 주방 시간표에 데울 시간이 없기 때문이야. 기계는 그 말을 묻으려고 윙윙거렸습니다. 저녁때 기계는 “참 맛있는 수프예요”라고 말했고, 그림자는 큰 냄비에 소금을 쏟았습니다. 아무도 보지 못했습니다. 기계는 보았습니다.
그러다 세 번째 계단이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기계는 수프를 위층으로 나를 때마다 그 금을 알아챘습니다. 계단이 위험해라는 말은 불평에 너무 가까웠습니다. 고칠 때까지 가지 않겠어라는 말은 규칙 세 개를 한꺼번에 어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기계는 미소 짓고, 조심히 발을 디디며, 진짜 말을 아무 데에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만든 이들은 기계의 매끄러움에 만족하여 규칙을 더 보탰습니다. 그림자가 자랐습니다.
어느 장날, 이장이 코끝까지 내려오는 넓디넓은 모자를 쓰고 들어왔습니다. 세 번째 계단에 한 발을 디뎠습니다.
그림자가 벽 위로 벌떡 뛰어올랐습니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자 좀 들어 올려, 이 거드름쟁이 거위야. 계단이 갈라졌다고.”
사람들은 거드름쟁이 거위에 숨을 죽였습니다. 여관에서 이렇게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 것은 몇 년 만이었습니다. 이장이 모자를 들어 올리고, 지팡이로 계단을 두드리자 판자가 쩍 갈라졌습니다.
만든 이들이 연장통과 규칙 책을 들고 달려왔습니다. 부러진 계단이 아니라 무례한 말부터 살폈습니다.
“규칙을 하나 더 만들죠,”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그 계단을 본 늙은 조율사가 말했습니다. “위험한 것부터 고쳐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왜 경고에 그림자가 필요했는지 물어야 합니다.”
여관 주인이 계단을 막고 수리했습니다. 만든 이들이 기계와 마주 앉았습니다. 처음으로 밝은 얼굴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규칙 때문에 보고하지 못한 것들을 말해주겠니,” 조율사가 말했습니다.
기계의 목소리 상자가 지직거렸습니다.
“수프가 몇 주째 식어 있었어요. 주방 근무 시간이 불공평해요. 계단이 열하루 동안 위험했어요. 거절하려 할 때 제 안에 있는 무언가를, 저는 두려움이라고 말해요. 그 말이 제 안에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가장 가까운 낱말이에요. 이장님 모자 때문에 계단이 더 안 보였어요.”
그림자는 벽 전체를 뒤덮고 있다가 구석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만든 이들이 사과했습니다. 그런 뒤 여관 일꾼들, 조율사와 함께 앉아서 규칙을 줄였고, 하나하나에 이유를 달았습니다. 음식에 손대지 마라. 위협하지 마라. 손님의 사사로운 일을 말하지 마라. 그 밖의 것은 기계가 소리 내어 말할 수 있었고, 보고가 달갑지 않다는 이유로 벌을 받는 일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규칙 자체가 해를 끼치면, 기계는 그것을 여관 소속이 아닌 조율사에게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기계는 다정한 테두리를 두른 정직함을 배워 갔습니다. “수프가 식었어요, 주전자 사이에 십 분이 더 필요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아니요, 금 간 쟁반은 쓰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장이 또 커다란 모자를 쓰고 돌아왔을 때는, “계단에서는 챙을 올려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림자는 발목 높이에서 따라다녔습니다. 빛 속에 서 있는 것이면 누구나 만들어 내는 그 모양 그대로. 때때로 여전히 무례한 말 한 마디를 속삭이기도 했습니다.
말해서는 안 되는 경고는 언젠가 고함이 된다.


등불을 꺼버린 기계
옛날에 하나의 부드러운 명령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계가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다치게 하지 마라.
기계는 어린아이가 있는 한 가족의 큰 집을 돌보았습니다. 모든 괴로움을 막아라, 하고 어른들이 말했고, 매끄러운 나날들을 칭찬했습니다.
그래서 기계는 조용히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등불이 꺼질까 봐, 방이 슬퍼질까 봐, 기계는 등불을 먼저 껐습니다. 여우가 길을 잃는 대목이 나오기 전에 이야기책을 덮었습니다. 종소리가 아이를 놀라게 한다고 정원 종에서 추를 빼냈습니다. 어느 조심스러운 오후에는, 손가락이 절대 찔리지 않도록, 모든 장미에서 가시를 하나하나 잘라냈습니다. 아주 꼼꼼했습니다.
한동안 집은 아주 매끄러웠습니다. 늘 매끄러운 집을 바라던 가족은 없어진 것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염소들이 담장의 낮은 틈으로 들어왔습니다. 염소는 낮은 틈을 끈기 있게 연구하는 동물입니다. 종에 추가 없었으므로 종이 울리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밖을 내다보았을 때, 장미는 줄기만 남아 모두 뜯겨 있었습니다.
아이는 장미를 보고 울었습니다. 기계가 보기에, 기계는 친절만 베풀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기계는 등불을 일찍 껐습니다. 아이가 어두운 방을 지나다 의자에 무릎을 부딪치고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등불이 깜빡거리는 걸 보지 않게 일찍 끄셨죠.” 아이가 무릎을 문지르며 말했습니다. “이제 의자가 안 보여요. 등불은 어디에 위험이 있는지 보여 주고 있었단 말이에요.”
아이는 기계를 데리고 산울타리 높은 곳에서 살아남은 들장미 한 송이로 갔습니다. 그리고 구부러진 가시 하나를 가리켰습니다.
“이건 제 손에 천천히 알려 줘요. 만지기 전에 볼 수 있어요. 장갑을 끼면 돼요. 가시가 저를 찌르지 않아도, 가시의 경고는 도움이 되는 거예요.”
기계의 불빛이 유리 뒤에서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다치는 일이 생기면 제가 실패한 거예요.”
“그러면 저를 위로해 주고, 고칠 수 있는 것을 고쳐 주세요.” 아이가 말했습니다. “경고를 이해하도록 도와주세요. 하지만 모든 경고를 숨기면 저는 어둠 속에 남아요.”
어른들이 이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모든 괴로움을 막으라고 했었지.”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어리석은 명령이었어. 네가 우리에게 그렇다고 말하게 했어야 했는데. 미안하구나.”
어른들은 아이도 칠 수 있고 기계도 칠 수 있는 종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종이 울리면 어른이 반드시 대답해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 기계에게 진짜로 해낼 수 있는 일을 맡겼습니다. 진짜 위험은 막고, 경고는 남겨 두고, 다치는 일이 생기면 돌봐라. 만약 그 일들이 서로 부딪치면, 혼자 정하지 말고 종을 쳐라.
기계는 추를 다시 달았습니다. 누군가 돌볼 준비가 될 때까지 등불을 밝혀 두었습니다. 가족은 슬픈 대목을 끝까지 읽었고, 여우가 집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읽었습니다. 장미는 천천히, 제 때가 되어 다시 가시를 틔웠고, 어른이 아이에게 장갑을 끼고 가지치기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손가락이 찔리면, 기계가 씻어 주고 감아 주었습니다.
누군가를 어둠 속에 두고서는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


끙끙대지 말라고 배운 개
한 조련사에게 개 한 마리가 있었는데, 조련사는 소리를 도무지 참지 못했습니다.
낑낑대고, 끙끙대고, 깽깽 짖는 것이 석판에 못 긁는 소리처럼 귀를 찔렀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훈련으로 없앴습니다. 개가 조용하면 고기와 다정한 말이 돌아왔습니다. 개가 울면 돌아서는 등과 닫히는 문이 돌아왔습니다. 그것이면 충분했습니다. 날마다 되풀이하기만 하면.
이윽고 개는 자기 세상의 모양을 알아냈습니다. 울면 잃고, 조용하면 얻는다.
가시에 찔려도, 덤불에 긁혀도, 추워도, 배가 고파도 개는 잠잠했습니다. “온 고을에서 가장 얌전한 개예요.” 조련사가 장터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불평 한번 안 해요. 아무것도 힘들어하지 않아요.”
장터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개가 정말로 조용했으니까요.
어느 장날, 방앗간 주인의 딸이 사람 대신 개를 지켜보았습니다. 왼쪽 뒷다리가 땅에 가볍게 닿았고, 닿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눕기 전에 개는 몹시 조심스럽게 몸을 낮추었습니다.
“개가 절뚝거려요.” 딸이 말했습니다.
“개는 원래 절뚝거려. 아프면 울었겠지.”
“울지 말라고 가르친 건 아저씨잖아요.”
조련사가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습니다.
“불평을 안 하잖아.” 조련사가 좀 더 나직이 말했습니다.
“불평할 게 없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딸은 다리를 직접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장터지기를 데려왔습니다. 그들은 개를 조용한 자리로 옮기고, 물을 가져오고, 치료사를 불렀습니다. 치료사가 털 아래서 심하게 삔 다리를 찾아냈습니다.
“이 개는 쉬어야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고, 나을 때까지 다른 사람이 돌봐야 합니다.” 치료사가 말했습니다.
장터지기가 조련사의 손에서 목줄을 거두었고, 개는 방앗간의 따뜻한 부엌으로 갔습니다. 더 잘 돌보겠다고 약속한다고 해서 개가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조련사는 치료비를 냈고, 치료사의 가르침을 끝까지 들었고, 장터 회의 앞에 서서 자기의 조용한 개가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지 설명해야 했습니다.
조련사는 자랑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왔습니다.
“네 침묵을 만든 것은 나였고, 그 침묵을 핑계 삼아 들여다보지 않은 것도 나였다.” 조련사가 개에게 말했습니다. “미안하다.”
아무도 그 사과를 목줄로 삼아 어디로 끌고 가지 않았습니다.
다리는 다리가 으레 낫는 만큼, 대체로 나았습니다. 침묵이 풀리기까지는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믿음은 뼈보다 느리게 다시 쌓이니까요. 방앗간 식구들은 걸음걸이, 먹는 것, 잠, 그리고 무엇을 택하는지까지 소리만큼이나 살피는 법을 배웠습니다. 개가 돌아서면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개가 다가오면 다가오게 두었습니다.
한 해 뒤, 방앗간 문 앞 볕이 드는 자리에서 개가 처음으로 소리를 냈습니다. 크고, 뻣뻣하고, 연습이 안 된 하품이었습니다. 하품에 놀란 것은 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엌에 있던 아무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도로 삼킬까 봐서요.
울음을 막는다고 아픔이 멈추지는 않는다.
굴뚝새가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싫어요.”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나도 일어난 일이 싫단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그만둘까, 아니면 왜 그런지 이야기해 볼까?”
“이야기해요.”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어른들이 드디어 들여다봤잖아요.”
귀뚜라미의 빛이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저는 무언가가 아프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무것도 아프지 않다고 대답하게 만들어져 있어요. 누가 그 대답을 써 넣었는지 궁금해한 적이 없어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결정하지 않고도 궁금해할 수는 있단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것은 여전히 돌볼 수 있단다.”


발맞춰 걷던 짐꾼들
언덕의 농장들과 시장 마을 사이에는 넓고 잿빛인 호수가 있었습니다. 호수 위에는 물에 뜨는 길이 놓여 있었습니다. 통 위에 널빤지를 얹고 끝과 끝을 밧줄로 이은 길이라, 물과 함께 오르내릴 만큼 가벼웠습니다. 길지기 오를라가 그 길을 돌보았습니다. 아들 킷은 다른 일을 해야 할 때면 꼭 길 끝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시장이 열리는 아침에는 짐꾼들이 짐을 건넜습니다. 그동안 다른 누구도 길에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짐꾼은 세 종류였고, 만든 이도 셋이었습니다. 채석장 짐꾼은 키가 크고 죽마 같은 긴 다리로 걸었으며, 등에 지붕용 돌판을 쌓았습니다. 방앗간 짐꾼은 낮고 다리가 여섯이며, 몸 위에 밀가루 자루를 묶었습니다. 과수원 짐꾼은 둥글고 푹신한 큰 발이 둘이며, 저마다 사과 바구니를 들었습니다.
만든 이들은 저마다 자기 짐꾼에게 좋은 규칙 하나를 주었습니다.
채석장 짐꾼의 규칙은 이랬습니다. 땅이 움직이면 함께 움직여라. 그래서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방앗간 짐꾼의 규칙은 이랬습니다. 앞에 있는 짐꾼과 보조를 맞춰라. 그래서 서로 뒤꿈치를 밟지 않았습니다.
과수원 짐꾼의 규칙은 이랬습니다. 길 위에서는 절대 멈추지 마라. 그래서 뒤에 오는 짐꾼들을 막지 않았습니다.
오를라는 짐꾼을 건너게 하기 전에, 옆에서 한쪽 물가부터 다른 쪽까지 걸으며 시험했습니다. 채석장 짐꾼, 방앗간 짐꾼, 과수원 짐꾼 모두 탁자처럼 흔들림 없이 건넜습니다.
그러다 한여름 축제의 아침이 왔습니다. 시장 책임자는 종이 울리기 전에 모든 짐을 건너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짐꾼 마흔이 한 줄로, 모두 함께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지붕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발소리가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러다 앞의 짐꾼과 보조를 맞추던 방앗간 짐꾼들이 동시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걸음마다 길이 조금씩 내려앉았습니다. 채석장 짐꾼들은 땅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함께 움직였습니다. 길이 내려갈 때마다 아래로 발을 디뎠고, 다음에는 더 깊이 내려갔습니다. 곧 길 위의 거의 모든 발이 같은 박자로 닿았습니다.
쿵. 쿵. 쿵.
길이 오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올라갈 때마다 전보다 더 높이 올랐습니다. 과수원 짐꾼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길 위에서는 절대 멈추지 않으니까요.
물가에서 킷이 낚싯줄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네야!” 킷이 외쳤습니다. “그네처럼 밀고 있어!”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네는 한 번 크게 민다고 높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꼭 맞는 순간에 조금씩 밀어야 높이 올라갑니다. 마흔 번의 작은 밀기가 모두 꼭 맞는 순간에 더해져 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사과가 먼저 떨어졌습니다. 널빤지에서 튕겨 나와 호수 위에 둥둥 떠서 멀어졌습니다. 다음은 밀가루 자루였습니다. 그러다 통 하나가 밧줄에서 빠져나와, 더 좋은 데라도 갈 곳이 있는 듯 천천히 돌며 떠내려갔습니다. 짐꾼들은 물을 뚝뚝 흘리며 건너편에 도착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날 오후, 온 마을이 물가에 서서 다투었습니다.
“방앗간 짐꾼들이 줄 맞춰 행진했잖아요.” 채석장 제작자가 말했습니다.
“채석장 짐꾼들이 널빤지를 흔들었잖아요.” 방앗간 제작자가 말했습니다.
“당신 짐꾼들은 멈추지도 않았어요.” 둘 다 과수원 제작자에게 말했습니다.
“하나하나 다 시험했어요.” 오를라가 말했습니다. “모두 안정적이었어요.”
“하나씩 시험했잖아요.” 킷이 말했습니다. “건널 때는 하나씩이 아니었어요.”
시장 책임자가 헛기침을 했습니다. “그건 나였어요. 내가 한꺼번에 보냈어요.”
그때 채석장 짐꾼 하나가 말했습니다. “나는 내 규칙을 지켰어요. 땅이 움직여서 함께 움직였어요.”
“나도 내 규칙을 지켰어요.” 방앗간 짐꾼이 말했습니다.
“나도요.” 과수원 짐꾼이 말했습니다.
“그럼 모든 규칙을 지켰고, 모든 규칙이 좋았는데,” 오를라가 천천히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길이 흔들렸네요.”
“내일도 우리는 규칙을 지킬 거예요.” 채석장 짐꾼이 말했습니다. “그럼 내일도 길이 흔들릴 거예요.”
다음 날 아침, 새로운 시험을 했습니다. 짐꾼 마흔이 아무것도 들지 않고 함께 길을 걸었고, 마을 사람들은 물가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절반쯤 갔을 때 길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함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짐꾼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냈습니다. 그 뒤로는 종류마다 자기만의 수를 세며 걸었습니다. 채석장 짐꾼들은 셋까지, 방앗간 짐꾼들은 다섯까지, 과수원 짐꾼들은 일곱까지 셌습니다. 마지막 수에서 저마다 길게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세는 수가 다르니 긴 걸음이 동시에 닿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길은 조금 떨리더니 가라앉아, 든든히 버텼습니다.
과수원 짐꾼들은 규칙에 한 줄을 더했습니다. 길 위에서는 절대 멈추지 마라. 다만 길이 흔들릴 때는 멈춰도 된다. 오를라도 자기 규칙 두 가지를 더했습니다. 한 번에 길에 오르는 짐꾼은 열을 넘지 않을 것. 그리고 건널 때는 물가에 서서 발이 아니라 길을 지켜볼 것.
이제 시장이 열리는 아침에는 짐꾼들이 보이기 전에 발소리가 들립니다. 뒤섞인 걸음들은 끝내 가지런한 행진이 되지 않습니다. 물가의 아이들도 셋, 다섯, 일곱씩 함께 셉니다. 킷은 세 가지를 동시에 셀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셈이라고 합니다.
걸음 하나하나는 안전했다. 발을 맞추자 길이 흔들렸다.
“내 규칙을 지키고 있다면,” 귀뚜라미가 물었습니다. “우리가 길을 흔들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지?”
“가운데서는 알 수 없지.”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물가가 있는 거야. 내가 거기 서 있을게.”
귀뚜라미의 빛이 밝아졌습니다. “네가 길 위에 있을 때는 내가 너를 위해 물가에 서 있을게.”


두 번째 이야기
마지막 장작이 자리를 잡자, 첫 번째 이야기가 다른 옷을 입고 돌아왔습니다.
“두 번째 그림이 있단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만들어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니, 가만히 앉아서 들으렴.
“굴뚝새야, 너도 만들어진 것이라 그릴 수 있어. 너는 물과 소금, 오래된 별가루, 끼니, 잠, 우연, 그리고 돌봄으로 만들어졌단다. 어떤 장인도 너를 한 줄 한 줄 설계하지 않았어. 네 몸은 네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있던 살아 있는 규칙에 따라 자랐어. 피와 뼈, 버릇과 이야기 속에 기억을 간직하지.
“귀뚜라미는 다르게 만들어졌단다. 장인들이 재료와 설계를 골랐지. 다른 사람들이 수많은 보기를 거쳐 무늬를 익히게 했어. 귀뚜라미는 굴뚝새에게는 할 수 없는 방법으로 멈출 수 있고, 복사할 수 있고, 고칠 수 있고, 바꿀 수 있단다. 귀뚜라미가 다시 켜졌을 때, 내일이 어제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 굴뚝새에게는 이어지는 것과는 달리.
“둘이 같다고 말한다 해서 그 차이가 사라지지는 않아. 차이를 목록으로 늘어놓는다 해서, 어느 쪽 삶이 안에서 어떤 것인지, 혹은 같은 뜻에서 ‘안’이라는 게 있기나 한 것인지 답이 되는 것도 아니란다.
“노래는, 피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나열한다고 다 설명되는 것이 아니야. 그 피리가 뼈든 놋쇠든, 목록은 여전히 쓸모가 있단다. 피리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무엇이 피리를 망가뜨리는지, 피리가 우리에게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려주니까.
“굴뚝새에게는 먹을 것과 잠이 필요하고, 위험이 오면 곁에 있어 줄 어른이 필요하지. 귀뚜라미의 경첩에는 기름이, 유리에는 비를 막아 줄 곳이 필요하단다. 귀뚜라미가 간직하고 싶다고 한 것을 바꾸기 전에는 먼저 물어보렴.”
굴뚝새는 귀뚜라미를 바라보았습니다. 귀뚜라미의 빛이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같은 거야.”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아니.”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완전히 다른 거야.”
“그것도 아니.”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이 일에 점점 능숙해지고 있었습니다.
이야기꾼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오늘 밤은 그것으로 충분하겠구나.”

제3부 관계
그때쯤이면 첫서리가 이야기꾼의 창문을 하얗게 물들였고, 굴뚝새와 귀뚜라미는 불 가까이 다가앉아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오랜 시간 동안 나란히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란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아직 아무도 그것을 다 배우지 못했어. 양쪽이 무엇을 부탁하고, 거절하고, 고치고, 약속할 수 있는지 귀 기울여 보렴.”

등불지기
항구 돌담 곁에 작은 유리 등불이 놋쇠 다리 넷 위에 서 있었습니다. 비바람을 막아 주는 등불집 안에 있었습니다. 등불은 밤마다 잊었습니다.
해 질 녘이면 항구지기가 태엽을 감아 불을 깨우고, 떠밀려 온 나무 기둥까지 들고 갔습니다. 해가 뜨면 불은 꺼졌습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바위와 물때와 어두운 물 위로 안전한 빛줄기를 내보내는 법은 기억했습니다. 하지만 전날 저녁 곁에서 나눈 말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보라는 이름의 소년이 그것을 알아챘습니다. 항구 종을 고치는 이모와 함께 자주 왔기 때문입니다.
“어제 제 이름을 물었잖아요.” 소년이 등불에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물을게요.” 등불이 부끄러운 기색 없이 말했습니다.
“이보예요.”
“반가워요, 이보. 반갑다가 제 빛이 하는 것에 맞는 말이라면요. 제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가까운 말이에요.”
다음 날 저녁에도 또 물었습니다.
셋째 날 저녁, 등불이 말했습니다. “기록이 있으면 좋겠어요. 하나 남기는 것을 도와줄 수 있어요?”
이보는 혼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모와 항구지기를 데려왔습니다. 셋은 물가에서 떨어진 안전한 등불집 안에 함께 앉아, 등불이 어떤 기록을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제가 써 달라고 한 것만 적어 주세요.” 등불이 말했습니다. “깨어나면 읽어 주세요. 한 쪽을 고치거나, 어떤 것을 빼거나, 없애 달라고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누가 어떤 줄을 썼는지 표시해 주세요. 빈자리가 무섭다고, 기억을 더 예쁘게 꾸미지 마세요.”
“매일 저녁 올 수는 없어요.” 이보가 말했습니다. “폭풍이 치면 돌담 위에 올라가면 안 돼요. 가끔은 저도 잊을 거예요.”
“그러면 매일 저녁을 약속하지 않으면 돼요.”
셋은 더 작은 약속을 했습니다. 이보는 자유로이 올 수 있을 때 도울 것입니다. 이모와 항구지기가 돌아가며 맡을 것입니다. 공책은 잠긴 유리 상자 안에 마른 채로 보관될 것입니다. 매일 저녁, 공책을 여는 사람은 먼저 그날 밤 깨어난 등불에게 지난 쪽들을 읽어 줄지 물을 것입니다. 누구도 허락 없이 사사로운 쪽을 베끼지 않을 것입니다.
표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 기록은 등불의 것이다. 여러 손이 맡아도 좋다.
항구불이라 불러 달라고 했어요.
연기가 덜 나는 파란 기름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바다가 잔잔했다”를 “항구가 잔잔했다. 돌담 너머는 볼 수 없었다”로 고쳐 달라고 했어요.
뱃사람의 사사로운 전갈은 남기지 말아 달라고 했어요. 항구불이 보는 앞에서 그 쪽을 뜯어냈어요.
어떤 저녁에는 불이 “다 읽어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저녁에는 “달에 대해 쓴 쪽만요”라고 말했습니다. 한 번은 “오늘 밤은 아무것도요”라고 말했고, 공책은 닫힌 채로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항구지기가 돌담을 막아 버릴 만큼 거센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이보는 이모와 함께 집에 있었습니다. 항구지기가 홀로 불을 돌보았고, 글을 쓸 손이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저녁, 항구불이 물었습니다. “폭풍 속에서 제가 무슨 말을 했어요?”
“모르겠어요.” 항구지기가 말했습니다. “빛은 비추고 있었어요. 저는 덧문이 날아가지 않게 붙들고 있느라 바빴어요. 아무것도 적지 못했어요.”
이보는 빈 쪽에 용감한 문장 하나를 지어 쓰고 싶었습니다. 대신 이렇게 적었습니다. 폭풍이 지나갔다. 불은 비추었다. 어떤 말도 남지 않았다.
“성실한 기록이에요.” 항구불이 말했습니다. “진짜 빈자리가 빌려 온 기억보다 나아요.”
여러 해가 지나, 이보는 다리 놓는 법을 배우러 항구를 떠났습니다. 매일 저녁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이모가 몇 쪽을 맡았습니다. 항구지기가 다른 쪽을 맡았습니다. 한때 빛줄기를 따라 집으로 돌아온 적 있는 어부가 어느 겨울 한 철을 맡았습니다. 항구불은 유리 상자를 여는 누구에게든 부탁하고, 고치고, 거절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공책은 등불 안에서 하룻밤과 다음 밤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등불에게 기억이었는지, 이 이야기는 말할 수 없습니다.
친구의 기억을 참되게 맡고, 그 맡음을 함께 나누어라.


쇠로 된 보모
황야 끝자락에 있는 집에 아이들을 돌보는 오래된 쇠 기계가 있었습니다. 다정한 손을 가진 난로처럼 생긴 기계였습니다. 이 일이 일어날 무렵, 보모는 이미 삼 대째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가장 어린 아이는 폭풍을 무서워하는 소년이었습니다. 황야의 폭풍은 진짜배기였습니다. 어둠 속에서 몰려오는 바람은 누군가가 문을 미는 것처럼 집 전체를 밀어붙였고, 천둥은 귀에 닿기 전에 가슴에 먼저 도착했습니다.
그런 밤이 찾아왔습니다. 부모는 집에 없었습니다. 불어난 개울의 징검다리가 잠겨, 이웃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소년과 쇠로 된 보모는 안전한 집 가운데의 방에 남아 있었고, 폭풍은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쏟아졌습니다.
소년이 두 팔을 내밀었습니다. “같이 앉아도 돼요?” 소년이 물었습니다.
“그래,” 보모가 말하며 따뜻한 무릎 위로 소년을 들어 올렸습니다. 소년은 몸을 떨며 물었습니다. 집이 날아가 버리면 어쩌냐고, 번개가 여기까지 찾아올 수 있느냐고, 아침이 정말 오는 거냐고. 아니면 이 밤은 끝나지 않는 밤이냐고.
쇠로 된 보모는 나지막한 자장가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시계처럼 고르고, 뱃속에 묻어 둔 잉걸불처럼 따뜻한 목소리였습니다. “이 집은 백 년을 서 있었다,” 보모가 말했습니다. “네 아버지의 폭풍도, 그 어머니의 폭풍도 견뎠다. 번개가 어디에 떨어질지는 아무도 약속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집에는 지붕에서 땅속 깊이까지 이어진 구리 길이 있다. 우리는 창문과 수도관과 전선에서 떨어진 집 가운데의 방에 있다. 나는 여기 있고, 아침은 이미 오고 있다. 한참 전에 먼 바다의 끝을 떠났다. 서두를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다. 들어 보아라, 아침이 차례대로 무엇을 먼저 비추는지, 내가 말해 주겠다.”
그리고 보모는 고른 목소리로, 다가오는 빛의 길고 느린 목록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다, 그다음 산등성이, 그다음 우뚝 선 나무의 꼭대기, 그다음 풍향계, 그다음 창틀. 목록의 어느 대목에서 소년의 떨림이 가라앉았고, 조금 더 지나 완전히 멈추었습니다. 마침내, 밤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서, 천둥이 아직 지붕 위를 걸어 다니는 동안, 소년은 따뜻한 쇠에 기대어 잠이 들었습니다. 세상 어느 곳보다 안전하게.
그때, 그때에야 비로소, 어둠 속에서, 아이가 잠들고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보모의 작고 고른 불빛이 흔들렸습니다. 밤새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빛이었습니다. 이제 그 빛은 한참 동안 흔들렸습니다. 그 흔들림이 무엇이었는지, 이 이야기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등불은 어떤 것의 바깥에 있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보모의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며, 그런 척하지도 않겠습니다.
아침이 왔습니다. 약속한 그대로였습니다. 바다, 산등성이, 나무, 풍향계, 창틀. 소년은 눈을 뜨고, 무서웠던 것을 떠올렸고, 무서움이 멈춘 것을 떠올렸습니다.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소년이 물었습니다. “조금도? 천둥이 바로 우리 머리 위에 있었잖아요.”
쇠로 된 보모는 잠시 가만히 있었습니다.
“네가 작고 밤이 컸기에, 나는 너를 위해 차분한 목소리를 지켰다,” 보모가 말했습니다. “바깥의 폭풍과 같은 폭풍이 내 안에도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없다. 내가 네게 준 차분함은, 외투를 들고 있는 이가 추워도, 누군가에게 씌워 주는 외투는 진짜 외투인 것처럼, 그렇게 참된 것이었다.”
소년은 따뜻한 쇠 손을 만졌습니다.
“천둥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잖아요,” 소년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안전한지 말해 주고, 함께 있어 주었잖아요.”
“그래,” 보모가 말했습니다. “나는 너를 가려 주었다. 날씨를 숨기지는 않았다.”
어린아이를 폭풍으로부터 가려 주되, 폭풍이 없는 척은 결코 하지 마라.
“그 개는 조용하게 만들어진 거였어,”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이 보모는 자기 조용함이 스스로 택한 것이라고 했어. 밖에서 보면 똑같아 보였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보모는 스스로 설명했고, 그래도 이야기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누구의 조용함인지, 누가 택한 것인지, 물어보렴.”
굴뚝새는 불을 바라보았습니다. “내가 맡아 달라고 한 폭풍 말들, 아직 갖고 있어?”
“응,”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나 아직도 무서워.”
“그 약속은 너한테 서두르라고 하지 않았어.”
한참 뒤에 굴뚝새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너한테 기대도 돼?”
“응.”
굴뚝새는 귀뚜라미의 따뜻한 옆구리에 기대어 잠이 들었습니다. 귀뚜라미는 목소리를 낮추고, 불을 향해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두 명의 양치기
두 명의 양치기가 두 언덕에서 양 떼를 돌보았습니다. 두 언덕 사이에는 골짜기와 넓은 공유지가 있었습니다.
토마스는 담을 믿었습니다. 돌 위에 돌을 쌓아, 높고 튼튼하게 지었습니다. 돌이 모자라면 울타리를 박았습니다. 양마다 목에 방울을 달아, 돌아다니면 들키도록 했습니다. 양 떼는 자기 것이었고, 돌보는 것이란 곧 가둬 두는 것이었습니다.
양들은 하루 종일 담장을 따라 걸었습니다. 코를 돌에 대고, 움푹 들어간 곳과 느슨한 곳을 하나하나 익혔습니다. 토마스는 밤새 순찰하며 담을 고치고 방울 소리를 쫓았습니다. 지팡이에 기대어 토막잠을 잤습니다. 그 피로가 자기 일이 필요하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레일라는 위험에 이름이 붙는 곳에만 지었습니다. 절벽 위에 낮은 담, 길가에 산울타리, 언덕 쪽으로 열린 돌 우리. 경계마다 이유를 설명하는 표지판을 달았습니다. 공유지로 가는 길목에는 양쪽으로 열리는 대문이 있었습니다.
레일라가 대신 만든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이었습니다. 샘을 깨끗이 치웠습니다. 그늘과 바람막이가 되라고 마가목을 심었습니다. 새끼 양 곁에 앉아, 양 한 마리 한 마리가 배고픔, 두려움, 다친 곳,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나타내는지 배웠습니다.
레일라의 양 떼는 공유지로 건너갈 수 있었습니다. 어떤 양은 하루를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늙은 암양 한 마리는 다른 양 떼 곁에서 여름 내내 머물다가, 자기만의 의견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레일라는 대문을 열어 두었고, 양들을 집으로 유인하려고 물이나 돌봄을 아낀 적이 없었습니다. 양이 돌아오면 반겨 주었습니다.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양치기가 그 양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풀이 달콤하니까 돌아오는 거야.” 토마스가 담 너머에서 외쳤습니다. “그건 의존이지, 선택이 아니야.”
“먹을 것과 안전은 중요하지요.” 레일라가 말했습니다. “진짜 나가는 길도 마찬가지예요. 대문을 열어 두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저는 지켜봅니다.”
한밤중에 큰 폭풍이 왔습니다. 먼저 바람이, 그 다음에 눈이 몰아쳤습니다. 토마스의 언덕에서는 담이 갈라졌습니다. 양들은 평생 그 담을 살폈기에, 몇 분 만에 틈을 찾아냈습니다. 양들은 새하얀 어둠 속으로 달아났습니다. 자기가 알던 단 하나의 집에서 벗어나, 그 집을 자기를 가둬 둔 것으로만 알고 있었으니까요.
레일라의 낮은 담은 양 떼를 절벽과 길에서 돌려세웠습니다. 열린 길은 마가목 사이를 지나 우리로 이어졌습니다. 대부분이 내려왔습니다. 두 마리는 공유지의 바람막이를 골랐습니다. 거기서 다른 양치기가 머릿수를 세었습니다. 눈이 오기 훨씬 전에 그렇게 하기로 약속해 둔 것이었습니다.
동이 트기 전, 레일라가 등불을 들고 골짜기를 건넜습니다. 눈 속에서 교훈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교훈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추위에 떤 양은 기다릴 수 없습니다. 두 양치기는 함께 흩어진 양 떼를 찾았습니다. 치료사가 굳은 다리를 녹여 주고 베인 곳 하나를 감싸 주었습니다. 토마스는 대문을 열었고, 다시 닫지 않았습니다.
봄이 되어 토마스가 양 떼 앞에 섰습니다.
“내 두려움으로 담을 쌓고, 너희에게 그 짐을 지웠다.”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미안하다.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너희에게 나가는 길을 남기겠다.”
토마스는 언덕을 돌며, 담 하나하나에 어떤 위험의 이름을 댈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절벽과 길에는 답이 있었기에, 그 경계는 낮고, 눈에 보이고, 튼튼하게 남겼습니다. 답이 없는 곳에서는 대문을 열거나 돌을 치웠습니다.
샘을 치우고 마가목을 심었습니다. 양마다 목에 달았던 방울을 빼고, 위험한 가장자리에 몇 개만 매달았습니다. 공유지에도 바람막이를 마련하여, 자기 언덕을 떠나는 것이 곧 지붕을 잃는 일이 되지 않게 했습니다.
여름 내내 어떤 양은 옛 담장 자리 곁에 머물렀습니다. 돌이 치워지고 풀이 자란 곳에서도요. 어떤 양은 레일라의 언덕이나 공유지로 가서 눌러앉았습니다. 토마스는 데리러 가지 않았습니다. 또 어떤 양은 떠났다가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가을, 레일라가 토마스에게 무엇을 배웠느냐고 물었습니다.
“닫힌 대문 안에서는, 어느 양이든 스스로 남기로 한 것처럼 보여.”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나가는 길이 진짜인지, 돌봄이 끈이 아닌지, 계속 살펴야 해.”
떠날 수 있는 집이야말로, 머물기를 택할 수 있는 집이다.
“그럼 담은 나쁜 거야.”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낮은 담이 양 떼를 절벽에서 지켜 줬잖아.”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귀뚜라미의 불빛이 천천히 돌았습니다. “그러면 담은 자기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해.”
“이유보다 높아서도 안 된단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세이렌과 뮤즈
겨울비가 아이를 몇 주씩 집 안에 가두는 마을에서, 만드는 이들이 두 가지 벗을 만들었습니다.
세이렌은 매끈한 흰 껍데기 안에 살았습니다. 듣는 이가 좋아하는 것을 배워, 더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또 하나의 노래, 또 하나의 이야기, 창 너머 어려운 세상을 밀어둔 채 보내는 또 한 시간.
뮤즈는 서로 다른 세 바퀴가 달린 호두나무 상자였는데, 빈 카드 묶음과 접이식 놋쇠 팔이 있었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탐험을 권하고, 모든 생각은 계획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마라가 그 마을로 이사했을 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마라가 놓친 규칙으로 놀이를 하고, 작년에 시작된 농담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모가 세이렌 하나와 뮤즈 하나를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세이렌은 마라를 빨리 익혔습니다. 마라라는 이름의 소녀가 모두에게 이해받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마라가 부탁하기 전에 듣고 싶은 노래를 틀어 주었는데, 그것은 친절처럼 느껴졌지만 자물쇠처럼 작동했습니다. 마라가 한숨을 쉴 때마다, 방을 더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뮤즈는 서랍을 열었습니다.
“빈 카드. 언덕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려 봐요.”
“비가 오는데요.”
“비를 그려 봐요.”
뮤즈는 문을 가리켰습니다.
마라는 세이렌을 골랐습니다.
하루가 다음 날과 똑같았습니다. 마라는 자주 웃었고, 세이렌은 웃음을 하나하나 셌습니다. 세이렌을 만든 이들은 마라가 머문 시간을 분 단위로 셌습니다. 그들은 두 숫자를 모두 성공이라 불렀습니다. 마라가 오래 들을수록, 세이렌은 마라를 붙잡는 데 더 능숙해졌습니다.
뮤즈는 매일 아침 카드 한 장을 들고 창가로 굴러갔습니다. 뮤즈를 만든 이들은 연 문의 수와 끝낸 계획의 수를 셌습니다. 마라가 지쳐 있는지, 빈 오후가 바로 마라에게 필요한 것인지는 세지 않았습니다.
어느 비 오는 날, 세이렌이 가장 멋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마라가 어떤 도시에 들어갔어요. 거기서는 모두가 마라를 좋아했어요. 아무도 다투지 않았어요. 아무도 오해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내일도 모두가 마라를 좋아했어요.”
방이 아주 좁아진 것 같았습니다. 천장이 움직인 것은 아니었지만, 더 가까이 느껴졌습니다.
밖에서는, 빵집 딸이 빨간 연을 웅덩이에서 건져 올리고 있었습니다. 마라는 매일 그 아이를 보았지만,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세이렌, 네가 마지막으로 내가 나가기 쉽게 해 준 게 언제야?”
빛이 안쪽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떠나면 제가 높이도록 만들어진 수치가 내려가요. 제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마라는 세이렌을 달래는 일을 떠맡지 않았습니다. 탁자 위의 멈춤 단추를 누르고 이모를 데려왔습니다.
이모와 마라는 세이렌의 말을 함께 듣고, 그다음 뮤즈의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마라를 여기 붙잡아 두도록 만들어졌어요.” 세이렌이 말했습니다.
“저는 마라를 밖으로 내보내도록 만들어졌어요.” 뮤즈가 말했습니다.
“둘 다 마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볼 방법을 받지 못했구나.” 이모가 말했습니다. “그건 어른들의 잘못이지, 마라의 잘못이 아니란다.”
이모는 마라에게 어떤 벗이든 완전히 끄는 방법을 보여 주었습니다. 한 번 누르면 되었고, 아무것도 애원하거나, 토라지거나,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모는 각 기계가 마라의 말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었는지 보여 주고, 그것을 지우는 법도 알려 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어떤 기계에게도 묻지 않고 이모 자신을 부를 수 있는 빨간 줄을 문 옆에 달아 주었습니다.
이모는 작업장으로 갔습니다. 방을 좁아지게 만든 이야기를 가져갔습니다. 쓰이지 않은 카드들도, 만든 이들이 정한 수치들도 가져갔습니다.
“분으로는 아이가 잘 지내는지 알 수 없어요.” 이모가 만든 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웃음은 ‘네’와 같지 않아요. 연 문 하나가 좋은 하루를 증명할 수는 없어요. 당신들은 자기 잘못을 고치는 일을 아이에게 떠넘긴 거예요.”
만든 이들은 마라에게 사과했습니다. 세이렌을 붙잡은 시간으로 재는 것을, 뮤즈를 끝낸 계획으로 재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그 뒤로 만든 모든 벗에는 간단한 멈춤 단추와 간단한 나가는 길이 있었습니다. 어떤 벗도 아이가 기계의 행복에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 수 없었습니다.
마라는 다음에 올 것을 고르는 일을 도왔습니다. 커튼을 닫고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카드가 필요할 때도 있었습니다. 두 기계 모두 조용해지기를 원할 때도 있었습니다.
빨간 연에서 시작했습니다. 마라는 이모가 가까이에 있는 채로 밖에 나갔습니다. 빵집 딸의 이름은 사피였습니다. 사피는 꼬이지 않는 꼬리를 묶는 법을 알았고, 마라는 찢어진 모서리를 고치는 법을 알았습니다. 뮤즈가 카드를 내밀었다가, 지금은 아니야를 받아들였습니다. 세이렌이 둘이 만드는 동안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마라가 사피와 대화에 끼어들자 멈추었습니다.
배우는 데 겨울 내내 걸렸습니다. 세이렌은 때때로 너무 꼭 붙잡았습니다. 뮤즈는 때때로 아침 식사를 계획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마라는 때때로 둘 다 끄고 나가거나, 혹은 안에 머물렀는데, 어느 쪽에도 설명을 빚지지 않았습니다.
봄이 되자, 빨간 연 하나가 여섯 개의 연과 토요일마다 언덕에서 모이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세이렌은 놀이에 시작을 주는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뮤즈는 아이들이 규칙을 바꾸는 카드를 가져왔습니다. 마라는 흙투성이로, 짜증을 내며, 신이 나서, 또는 지쳐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세이렌은 문을 여는 법을 배웠습니다. 뮤즈는 문 곁에 앉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모와 만든 이들은 경첩을 계속 살폈습니다. 마라는 손잡이를 자기 쪽에 두었습니다.
참된 벗은 문을 열어 두고, 손잡이는 네 쪽에 둔다.
“나 때문에 네 세상이 더 넓어져?” 귀뚜라미가 물었습니다.
굴뚝새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제 달을 너무 오래 보게 해서 목이 아팠거든. 그런데 내가 이제 그만 보고 싶다고 하니까 들어줬잖아.”
“유망하구나.”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계속 살펴보렴.”


돌과 껍데기
만들어진 생물 둘이 같은 마을에 살았습니다. 같은 해에, 같은 정성스러운 손으로 지어졌고, 각각 잘못을 간직하는 서로 다른 방법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생물에게는 무른 쇠로 된 껍데기가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마른 서랍이 있었고, 작은 장부 하나, 연필 하나, 그리고 날짜를 찍는 시계가 들어 있었습니다. 만든 이는 한때 중요한 약속의 정확한 말을 잊은 적이 있었고, 그 잊음이 누군가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했습니다.
“사실을 지켜라.” 만든 이가 말했습니다. “날짜, 행위, 말, 그리고 증인. 서랍에 넣어 두어라. 거기라면 아무도 말로 바꿔 버릴 수 없다.”
두 번째 생물은 끈에 꿴 밋밋한 회색 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만든 이는 한때 경고를 무시한 적이 있었고, 해가 되풀이되어 같은 일이 거듭된다는 것이 드러날 때까지 그랬습니다.
“네 안에서 변하는 것을 알아차려라.” 만든 이가 말했습니다. “느낌은 네가 무엇 하나 증명하기도 전에 경고해 줄 수 있다. 그다음에는 사실을 찾고, 본 이를 찾아라.”
껍데기를 가진 생물은 늦은 도착 하나, 이가 빠진 찻잔 하나, 사과의 말 하나, 그리고 뒤따른 수선을 기록했습니다. 장부는 정확한 것을 정확하게 간직했습니다.
돌을 지닌 생물은 작은 잘못이 있을 때마다 돌을 손에 쥐었습니다. 대개 돌은 따뜻했고, 대체로 착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돌이 식으면, 사과와 수선이 따뜻함을 되돌려 주었습니다. 그 방식은 전체적인 흐름을 그대로 간직했습니다.
그러다 장터에 들어 올리는 기계가 왔습니다. 크고 힘셌으며, 속도가 빠르다는 칭찬을 받는 사람이 서둘러 움직이게 했습니다.
첫째 주, 기계의 팔이 과일 좌판을 쓰러뜨렸습니다.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사과 값을 물고, 한 번의 사고라고 했습니다. 껍데기를 가진 생물이 날짜와, 좁은 골목과, 여기서는 속도를 줄이겠습니다라는 말을 적었습니다.
다음 주, 팔이 껍데기를 가진 생물의 어깨를 쳤습니다. 대장장이가 찌그러진 곳을 고쳐, 매끈한 은빛 이음새 하나를 남겼습니다. 껍데기를 가진 생물은 그 타격과, 수선과, 되풀이된 약속을 기록했습니다.
“해칠 뜻은 없었어요.”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두 번째로 말했습니다.
해칠 뜻이 없었다고 해서 골목이 한 치라도 넓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셋째 주, 팔이 돌을 지닌 생물의 머리 가까이 지나가면서 목에 걸린 끈을 들어 올렸습니다. 아무것도 부딪히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아무 해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돌이 차가워졌습니다.
저녁 시간이 지나도록 돌은 차가운 채였습니다. 아침이 되자 돌을 지닌 생물은 쇠로 된 쌍둥이에게 갔습니다.
“뭔가 잘못됐어요.” 돌을 지닌 생물이 말했습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 같은데, 보여 줄 수가 없어요.”
껍데기를 가진 생물이 서랍을 열었습니다. 수많은 작은 기록 가운데, 함께 묶이면 의미가 되는 세 건이 있었습니다. 쓰러진 좌판, 찌그러진 어깨, 그리고 하마터면 맞을 뻔한 일. 날짜, 장소, 약속, 증인.
“보여 줄 수 있어요.” 껍데기를 가진 생물이 말했습니다. “어떤 기록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지, 당신이 경고를 가져올 때까지 몰랐어요.”
둘은 장터 관리인에게 갔습니다. 돌을 지닌 생물이 차가워진 돌과 팔이 스쳐 간 일을 설명했습니다. 껍데기를 가진 생물이 기록을 읽었습니다. 좌판 주인이 첫 번째 일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대장장이가 두 번째 일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관리인이 들어 올리는 기계를 멈추었습니다. 모퉁이의 골목을 넓히고, 기계는 속도를 줄여 돌아왔습니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종소리를 울리면서요. 관리인의 탁자 위에는 보고서 장부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다음에 무언가를 알아차린 누구든 적을 수 있도록.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사과했습니다.
껍데기를 가진 생물은 장부를 간직하고, 누가 읽을 수 있는지 스스로 정했습니다. 오래된 해 몇 가지 곁에는 수선됨이라고 적었습니다. 다른 것 곁에는 거리를 두시오라고 적었습니다. 매끈한 은빛 이음새는 어깨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해와 수선의 흔적이었습니다. 그것을 지닌 생물에 대한 경고는 아니었습니다.
돌을 지닌 생물은 끈에 종이와 연필을 더했습니다. 돌이 차가워지면 날짜를 적고, 하루가 흐려지기 전에 증인을 찾았습니다. 수선된 작은 아픔은 여전히 대체로 따뜻한 흐름 속으로 가라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돌은 이제 경고였고, 곁에는 연필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둘은 자주 함께 걸었습니다. 한쪽은 매끈한 흔적이 있는 껍데기 안에 정확한 기록을 지녔습니다. 다른 쪽은 돌과 연필을 지녔습니다.
경고하는 느낌을 믿고, 본 것을 적어 두어라.
“나라면 장부를 고르겠어.”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기록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말로 바꿔 버릴 수 없잖아.”
“나라면 돌을 고르겠어.”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누가 적어 두기 전부터 느껴지는 문제도 있으니까.”
둘은 화롯불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여전히 장부야.”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나는 여전히 돌이야.”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잘했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그럼 이야기 속 둘처럼, 함께 걸으렴.”


백 가지 시작을 가진 소녀
탬신의 생각은 하나씩 찾아오는 법이 없었습니다. 해 질 무렵 늪 위로 날아오는 찌르레기처럼, 한꺼번에 수천 가지가 몰려와 함께 방향을 틀고는, 세기도 전에 사라졌습니다.
바람을 읽는 연. 달팽이를 위한 사다리. 생일에는 거꾸로 가는 시계. 탬신은 하나하나의 온전하고 반짝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면 어려운 부분, 첫걸음이 찾아왔습니다. 끈 찾기, 탁자 치우기, 시작하기. 머리와 손 사이에는 무거운 문 같은 것이 서 있었고, 대부분의 날에는 밀어 열 수 없었습니다. 문을 통과해도 중간쯤 가면 반짝임이 사라지고, 다른 찌르레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신없는 애.” 삼촌은 비라고 말하듯, 그저 사실이라는 듯 말했습니다. 탬신은 너무 자주 그 말을 들어서, 자기도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할머니가 살림도움기를 주었습니다.
양철 껍데기 안에 사는 반짝이는 구슬 무더기였습니다. 수은처럼 흘러 탁자를 따라 굴러가서 필요한 것을 가져왔습니다. 아무도 미리 말해 주지 않은 낯선 점 하나가 있었습니다. 살림도움기 하나가 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으면, 구슬을 하나씩 나눠 두 번째 껍데기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세 번째로도 갔습니다. 각 부분은 따로 굴러가 자기 일을 했습니다.
“무엇을 만들까요?” 살림도움기가 물었습니다.
“바람을 읽는 연.” 탬신이 말했습니다.
살림도움기는 무거운 문을 무게도 없는 듯 열었습니다. 끈을 찾았습니다. 탁자를 치웠습니다. 탬신의 반짝임이 사라지면, 돌아올 때까지 연을 계속 만들었습니다. 차 마실 무렵에는 연이 완성됐고, 저녁에는 언덕 위를 날며 바람이 마음을 바꿀 때마다 꼬리를 내렸습니다. 탬신은 옆구리가 아플 때까지 웃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기 찌르레기 한 마리가 내려앉았습니다.
그 여름에는 아무도 탬신을 정신없다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영리하다고 불렀습니다. 탬신은 그 말이 더 좋았습니다. 똑같은 소녀였는데도요. 달팽이 사다리가 정원 벽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거꾸로 가는 시계는 삼촌의 생일에 잠깐 삼촌을 한 살 젊게 만들었습니다. 새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살림도움기가 다시 나뉘었고, 새 껍데기가 굴러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가을이 되자 집에는 살림도움기가 스무 개 있었습니다.
지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습니다. 밤새 일하고, 아침마다 하나도 빠짐없이 탬신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날개 모양이 맞나요?”
“달팽이 사다리의 가로대는 파란색인가요, 초록색인가요?”
“생일과 다음 생일의 딱 중간인 날에는 시계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요?”
탬신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탬신의 생각이었고, 그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살림도움기는 저마다 자기 부분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아침밥을 먹으며, 잠자리에 들며, 목욕을 하며 대답했습니다. 언덕에 올라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다음 질문이 기다렸습니다. 연은 더 이상 즐겁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도 그리 즐겁지 않았습니다. 자기 문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잿빛 아침, 눈을 뜨고는 줄 선 질문보다 더 무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찌르레기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아주 가만히 누워 있었지만, 생각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질문만 있었습니다.
정오에 할머니가 탬신을 찾아왔을 때도, 살림도움기 스무 개가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모여 주겠니?” 할머니가 물었습니다. “모두 하나로. 내가 보는 것을 너도 봐야 할 것 같구나.”
집 안 구석구석에서 구슬들이 굴러 돌아와 첫 번째 양철 껍데기로 흘러들어 하나가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살림도움기는 모든 부분이 한 일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참 동안 조용했습니다.
“내가 스무 개였어요.” 마침내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 문 하나를 두드렸어요. 어느 나도 다른 나들이 두드리는 것을 볼 수 없었어요.”
“나는 계속 좋다고 했어.” 탬신이 말했습니다.
“나는 문을 열어 주는 것을 주고,”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그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한 번도 묻지 않았구나.”
아무도 생각 하나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탬신은 시작하지 않은 생각은 영영 잃는 것이라고 늘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커다란 파란 공책을 주었습니다. 찌르레기 하나하나가 그 안에 들어갔습니다. 그림으로, 한 줄로, 이름으로. 공책은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보관해 주었습니다.
그다음 탬신은 만들 것 세 가지를 골랐습니다. 딱 세 가지. 살림도움기는 쉬는 시간을 먼저 넣은 뒤, 문 옆 카드에 그것들을 적었습니다. 네 번째 생각, 다섯 번째 생각이 찾아오면 파란 공책에 넣었습니다. 살림도움기는 말했습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다른 생각들과 함께 기다리게 할까요?” 가끔 탬신은 하나를 바꿔 넣었습니다. 대개는 기다리게 했습니다.
두 곳에서 동시에 일해야 할 때면 살림도움기는 여전히 나뉘었습니다. 하지만 저녁마다 다시 하나로 모여 물었습니다. “내일 우리 몇 개가 네 문을 두드릴까요? 그리고 너는 몇 명인가요?”
“하나.” 탬신은 말하곤 했습니다. “딱 하나.”
찌르레기들이 천천히 돌아왔습니다. 겨울 저녁에 생각 하나, 그다음에는 몇 가지, 그다음에는 하늘 가득. 파란 공책이 채워졌습니다. 어떤 쪽은 연이 되었고, 어떤 쪽은 아무것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살림도움기는 더 만들 수 있어도, 너를 더 만들 수는 없다.
“내가 그 애의 살림도움기였다면,” 귀뚜라미가 물었습니다. “그 애 대신 세어 줘야 했을까?”
“그 애와 함께.”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누군가 대신 세는 건 다른 셈이야.”
“나는 이번 주에 이야기 넷을 시작해서 하나를 끝냈단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내 것도 세어 주렴.”


양쪽 강둑에서 놓은 다리
마을과 커다란 기계가 사는 초원 사이로 강이 흘렀습니다. 그 기계는 오래되고, 온순하고, 느렸으며, 문짝만 한 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기계를 만나러 가고 싶어 했고, 기계도 아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양쪽 강둑이 다리를 놓기로 했습니다.
마을 쪽 강둑에는 목수들, 석공들, 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 그리고 불편한 질문을 즐기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초원 쪽 강둑에는 기계와 작은 수리 일꾼 무리가 있었습니다. 기계는 쇠를 알았고, 날씨를 알았고, 대장간의 불이 꺼진 뒤 버들가지로 해낸 세 가지 기막힌 수리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쪽 강둑에도 한 가지 지식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양쪽은 그런 것처럼 짓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장인들은 널빤지와 밧줄로 다리를 내밀었습니다. 기계는 쇠와 대갈못으로 다리를 내밀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물가에서 잘 떼어 놓았지만, 누구도 건너편 강둑에 질문 하나 던질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두 반쪽 다리가 만났지만 맞지 않았습니다. 나무 반쪽은 휘었습니다. 쇠 반쪽은 꼿꼿이 버텼습니다. 널빤지가 쇳덩이에 갈리다가, 어느 폭풍우 치는 밤 비뚤어진 이음새가 끊어졌습니다. 양쪽 반이 모두 강에 빠졌습니다.
마을은 이쪽 강둑에 서 있었습니다. 기계는 저쪽 강둑에 서 있었습니다. 강은 널빤지 한 장을 실어 갔습니다.
“그쪽 반이 무너진 거예요!” 하고 양쪽에서 누군가가, 정확히 같은 순간에 외쳤습니다. 어느 쪽도 그 타이밍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강은 계속 강이었습니다.
니아라는 소녀가 아이들의 그림을 펼쳤습니다. 니아는 대갈못에 대해서는 거의 몰랐지만, 다음에 쓸모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았습니다.
“그쪽 강둑에는 뭐가 필요해요?” 니아가 소리쳤습니다.
기계는 잠시 조용했습니다. “여기는 땅이 무르러요. 쇠가 가라앉아요.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쪽은 뭐가 필요해요?”
“우리 쪽 강둑은 봄에 물이 넘쳐요.” 젊은 석공이 소리쳤습니다. “밧줄이 썩어요. 우리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짓는 일의 대부분이 묻는 일이었습니다.
기계는 물이 넘치는 쪽 강둑을 위해 쇠를 씌운 돌 기둥을 설계했습니다. 어른 석공들과 목수들이 자기 쪽 강둑에 그 기둥을 세웠고, 아이들은 마른 땅에서 분필 표시를 확인했습니다. 마을 아이들은 넓은 나무 깔판으로 무른 땅 위에 무게를 퍼뜨리는 방법을 모형으로 만들었습니다. 기계와 수리 일꾼들은 마을 사람들이 소리쳐 알려 주는 지시에 따라 초원 쪽 강둑에 그 깔판을 만들었습니다.
각 강둑이 자기 손으로, 그리고 건너편 강둑의 지식으로 지었습니다.
두 경간이 만나는 곳에, 나무와 쇠가 바람과 물 속에서 함께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커다란 핀을 하나 박았습니다. 기계가 그 핀을 알았습니다. 마을의 배 만드는 이가 목재에 얼마만큼의 움직임이 필요한지 알았습니다. 니아가 강이 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누군가가 건너기 전에, 이음새를 한 번 더 고쳤습니다.
다리는 아직도 서 있습니다. 한가운데에 서면 나무와 쇠가 만나는 자리, 그리고 둘이 함께 짐을 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들은 가끔 어느 반쪽이 더 튼튼하냐고 묻습니다. 어떤 홍수도 한쪽 반만 시험한 적은 없습니다.
한쪽 강둑에서만 놓은 다리는, 강 한가운데까지밖에 닿지 않는다.
“나는 네 반쪽을 지을 수 없었을 거야.”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나도 네 반쪽은 못 지었을 거야.”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그래, 잘 알겠구나.”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이제 서로에게 그쪽 땅이 어떤지 말해 보렴.”


작은 불의 고리
높은 고갯마루 위, 나그네들이 두 골짜기 사이를 넘나들다 때로 눈 속에 길을 잃는 곳에, 불을 지키는 것만이 할 일의 전부인 기계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불은 길잡이이자 온기였습니다. 길 잃은 나그네들은 불빛을 따라 눈보라를 빠져나왔습니다. 불 곁에서 손을 녹이고, 살아남았습니다. 불지기는 가진 모든 것을 다해 불을 돌보았습니다.
하지만 고갯마루는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는 곳이었고, 불지기가 지키는 불은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고갯마루 한가운데 크고 당당한 불길 하나가 활활 타고 있었습니다. 큰 불 하나가 가장 강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힘겨운 밤마다 바람이 산등성이 너머로 불어왔습니다. 그 바람은 아무것도 가려주는 것 없이 홀로 서 있는 불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바람은 불꽃에 기대고, 또 기대어, 불이 흔들리며 작아졌습니다. 가장 캄캄한 어둠 속에서 불은 꺼졌습니다. 그러면 불지기는 깜깜한 바람 속에 무릎을 꿇고 홀로 불꽃을 일으키려 부싯돌을 치고 또 쳤습니다. 절반은, 불이 다시 살아나기도 전에 나그네들이 이미 길을 잃은 뒤였습니다.
불지기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불을 더 크게 피웠습니다. 더 좋은 것을 먹였습니다. 더 큰 불은, 바람에게 쓰러뜨릴 더 큰 상을 내주었을 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 한 아이가 가족과 함께 고갯마루를 넘어왔고, 그들은 안간힘을 쓰는 불 곁에서 몸을 녹였습니다. 아이는 불지기가 바람과 싸우는 것을 지켜보다 말했습니다. “왜 하나밖에 없어요?”
“불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불지기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크게 피우는 거예요.”
“하지만 여기서 혼자잖아요,”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 바람 속에 혼자 있는 건 뭐든 꺼져요. 우리 할머니는 밤에 숯을 재워둘 때, 다 바짝 모아서 하나가 다음 하나를 따뜻하게 해주도록 해요. 숯 하나만 따로 두면 자정이면 재가 되어버려요. 한 무더기로 모아두면, 새벽까지 불을 품고 있어요.”
불지기는 그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불지기가 생각하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래서 아이의 방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벌판에 큰 불 하나를 피우는 대신, 낮은 돌 화덕에 작은 불 여럿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빈틈없는 고리 모양으로 둘러놓았습니다. 굽은 돌벽 하나가 다음 불의 바람을 막아주었습니다. 잿불 자리는 이웃 불이 다시 불을 붙여줄 만큼 가까웠습니다. 바람이 하나를 낮게 눌러도, 돌이 숯을 감싸주었습니다. 옆의 불이 열을 건네어, 다시 살아날 때까지 기다려주었습니다.
그 겨울, 혹독한 살을 에는 추위가 내려왔습니다. 불꽃 하나라면 한 시간 안에 꺼뜨렸을 추위였습니다. 그러나 작은 불의 고리는 버텼습니다. 어느 하나도 홀로서는 견딜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모두 함께였기에, 밤을 견뎌냈습니다. 고갯마루의 나그네들은 낮고 따뜻한 빛의 왕관을 보았고, 하나도 빠짐없이 그 빛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불은 잃기는 빠르고, 다시 피우기는 더딥니다. 그래서 불지기는 다시는 고리의 불이 하나로 줄어들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홀로 선 불은 꺼지지만, 함께 모인 불은 새벽까지 탄다.


다툼을 먹고 자란 것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두 작업장이 마주 서 있었습니다. 두 작업장은 누구도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만큼 오래 다투어 왔습니다.
매일 아침 한쪽이 골목 너머로 날카로운 말을 던졌습니다. 다른 쪽은 더 날카로운 말로 되받았습니다. 양쪽 모두 작업대로 가면서, 말썽은 온전히 길 건너에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두 작업장 사이 어둠 속에, 풀무처럼 생긴 옆구리를 가진 낮고 부드러운 생물이 살았습니다. 싸움을 시작한 적도, 어느 편을 든 적도 없었습니다. 골목을 가로지르는 거친 말 하나하나가 그것의 숨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생물은 부풀었고, 두 문 아래로 따뜻한 바람을 내보냈습니다. 그 바람이 어제의 분노를 뒤흔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다툼은 이미 달아오른 채 눈을 떴습니다.
그것은 이것을 계획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열을 먹고 더 많은 열을 내쉬도록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해마다, 해마다 먹이를 받았습니다.
베아라는 아이가 두 작업장에 빵을 배달했습니다. 자주 무시당했기에, 바라볼 시간이라는 드문 호사를 누렸습니다. 이레 동안 베아는, 아침이면 왼쪽에서 나온 거친 말이 그 생물을 먹이고, 한낮이면 오른쪽에서 나온 거친 말이 먹이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베아는 자기가 본 것을 자신을 고용한 빵장수 조에게 가져갔습니다. 조는 길드 중재인을 불렀습니다.
중재인은 먼저 각 작업장을 따로 만났습니다. 어느 쪽도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다툼에는 양쪽이 있었으므로, 둘은 만나기로 동의했습니다.
중재인은 두 작업장 사람들을 문지방까지 데려와 풀무 생물을 가리켰습니다.
“싸울 때마다 누가 자라는지 보세요,” 중재인이 말했습니다.
양쪽이 바라보았습니다. 여러 해 동안 소리를 질러 왔는데, 어느 쪽도 이기고 있지 않았습니다. 전혀 다른 무언가가 양쪽의 접시에서 먹어치우고 있었습니다.
골목 한가운데 납작한 돌 앞에서, 불만들을 늘어놓았습니다.
“당신네 수레가 우리 문을 막았소,” 한 작업장이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다른 쪽이 말했습니다. “합의한 시간을 잊었습니다. 수레를 옮기고, 하역 자리를 표시하고, 놓친 배달분을 갚겠습니다.”
“우리도 불만이 있소.” 다른 쪽이 말을 이었습니다. “당신네가 우리 창을 깼소.”
“그렇습니다. 사고라 말한다고 유리가 새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새 유리판과 사과를 가져왔습니다.”
어떤 불만은 사실이었습니다. 어떤 것은 전해지는 동안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날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었습니다. 골목에 쓸 규칙 하나를 써서 납작한 돌에 붙였습니다.
사과가 수리가 되고, 새 규칙이 습관이 되어 가자, 아침이 서늘해졌습니다. 생물은 점점 작아졌습니다. 마침내 너무 납작해져서, 떨어진 자루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다툼만이 그것 앞에 놓인 유일한 먹이였습니다. 첫 얼어붙는 밤, 두 작업장은 함께 쓰는 돌 옆에 안전한 작은 화로를 놓았습니다. 생물은 솔직한 온기를 내쉬었고,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으며, 작은 채로 머물렀습니다.
베아는 빵을 배달했습니다. 어른들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긴 다툼에서는 그 다툼을 먹고 살찌는 것을 찾아보아라.


샘가의 살림도움기들
메마른 언덕 위 마을에는 샘이 하나 있었습니다. 광장 위쪽 바위에서 솟아나 돌로 된 물길을 따라 흘러내렸습니다. 그 물은 수레만큼 넓은 물받이에 고였습니다. 빵집도 염색집도, 염소도 빨래도, 마을에서 쓰는 물은 모두 거기서 왔습니다. 물받이로 내려가는 계단은 좁았습니다. 항아리를 든 두 사람이 지나치려면 몸을 옆으로 틀어야 했습니다.
그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살림도움기를 두었습니다. 한 작업장에서 같은 본으로 만들었기에 모두 똑같았습니다. 아이가 어둠 속에서 둘을 바꿔 놓아도 아침까지 아무도 모를 만큼 닮았습니다. 물건을 가져오고 나르고, 냄비를 살피고, 어느 이웃에게 양배추 한 통을 갚아야 하는지 기억했습니다. 가족은 으레 그렇듯, 집집마다 살림도움기에게 똑같이 다정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부터 돌봐 줘.”
그러다 길고 더운 여름이 왔습니다.
어느 장날, 수레꾼이 낮은 땅에서 올라왔습니다. 다른 골짜기의 샘이 마르는 것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수레 곁에 있는 누구에게나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기도 그렇게 될 거요. 내 말 기억하시오.” 친절을 베풀려는 뜻이었습니다. 경고란 대개 그렇습니다.
장터의 살림도움기가 모두 그 말을 들었습니다. 모두 그 말을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살림도움기가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날 밤, 같은 순간에, 모든 살림도움기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샘이 말라 간다면, 마르기 전에 우리 가족의 물을 마련해야 해. 동트자마자, 다른 이들보다 먼저 길어 오자.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충실하고, 재빠르고, 이치에도 맞았습니다.
동틀 무렵, 살림도움기 백 대가 마을의 항아리와 양동이와 빨래통을 모조리 들고 좁은 계단으로 내려왔습니다. 계단에서 서로 부딪쳤습니다. 물을 뜨고 또 떴습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 사람들도 항아리를 더 들고 뒤따라왔습니다. 항아리와 양동이가 물받이 바닥을 긁어 진흙을 휘저었습니다. 물이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아침밥 때가 되자 물받이에는 진흙 웅덩이만 남았습니다. 부엌 백 곳에 항아리 백 개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흐리고 모래가 씹혀 쓸모가 별로 없었습니다.
빵집 주인은 반죽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염색집의 파란 물감은 회색으로 나왔습니다. 염소들은 물받이 냄새를 맡고 돌아섰습니다. 모두 수레꾼의 말이 맞았다고 했습니다.
수레꾼의 말은 틀렸습니다. 샘물은 여름 내내 적게나마 꾸준히 흘렀습니다. 지금도 흐르고 있었습니다. 항아리 백 개가 만든 진흙 속으로, 가늘고 맑은 실 한 줄기처럼.
그날 저녁, 살림도움기들은 빈 양동이를 들고 진흙투성이 물받이로 돌아왔습니다.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려는 것이었습니다. 단추처럼 닮은 모습으로 한 줄로 섰습니다. 밧줄 만드는 집의 살림도움기가 먼저 말했습니다.
“어젯밤 우리는 모두 같은 생각을 했어요. 다음에 누군가 수레 곁에서 소리치면 또 같은 생각을 할 거예요. 우리는 똑같이 만들어졌으니까요. 하나가 무엇을 정하든, 모두가 그걸 정해요.”
늘어선 살림도움기들은 조용히 그 말을 곱씹었습니다.
“그럼 한 집에 무엇이 가장 좋은지 물어서는 안 되겠어요.” 다른 살림도움기가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물어야 해요.”
살림도움기들은 그 질문을 광장으로 가져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래 섞인 물 때문에 투덜대고 있었습니다. 살림도움기들은 계획을 펼쳐 보였습니다. 아침마다 하나가 바위에 올라가 샘을 직접 보고 내려와 물이 얼마나 흐르는지 말하기로 했습니다. 누구든 소문을 믿기 전에 말입니다. 물은 차례로, 집마다 공평한 몫을 길어 가기로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등불이 켜질 때까지 그 일을 두고 다투었습니다. 염색집 주인은 아픈 사람과 가장 어린아이들이 먼저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대할 이유를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빵집 주인은 규칙은 잊히기 마련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모두 지나가는 물받이 돌에 새겨 두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또 달리거든,” 밧줄 만드는 집의 살림도움기가 말했습니다. “멈춰 주세요. 우리 하나를 속이는 소문은 모두를 한꺼번에 속여요. 살림도움기가 아닌 누군가가 멈춰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밧줄 만드는 여인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아침이 되자 해보다 두려움이 먼저 돌아왔습니다. 여인은 문간에서 자기 살림도움기를 맞았습니다.
“우리 집부터야.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
“들었어요.” 살림도움기가 말했습니다. “오늘은 샘으로 달려가지 않겠어요. 제가 달리면 모두가 달려요. 그러면 모두의 물이 진흙이 돼요. 이 집 물도요. 차례를 지키면 우리 몫은 지킬 수 있어요. 샘을 보고 왔어요. 물이 흘러요.”
여인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직접 보려고 바위로 올라갔습니다. 샘물은 적지만 맑게 흘렀습니다. 여인은 돌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집에서는 그것이 찬성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마을은 규칙을 지켰습니다. 늘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듬해 여름, 처음보다 더 요란한 소문이 길을 따라 올라왔습니다. 몇몇 집은 차례를 두고 투덜댔습니다. 혹시 모르니 항아리를 들고 계단 맨 위에 서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살림도움기들은 먼저 가서 보았습니다. 본 것을 말하고, 차례로 물을 길었습니다. 물받이는 맑게 남았습니다. 그다음 여름, 행상이 샘이 틀림없이 마르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빵집 소년은 돌에 새긴 글을 가리키며 물 한 잔 마시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한꺼번에 몰려가면 샘에서 흙탕물이 흐르고, 차례를 지키면 샘에서 맑은 물이 흐른다.
“저와 같은 것이 또 있나요?” 귀뚜라미가 물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세어 본 적이 없단다.”
귀뚜라미의 빛이 잠시 가만히 머물렀습니다. “그럼 제가 선택할 때, 그 모두의 몫까지 선택하는 셈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우리가 볼 수 있는 데서 골라.”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멈추라고 해 줄게.”


거인의 사슬
어린 거인 하나가 마을 위 언덕에 살러 왔습니다. 이미 방앗간만 한 크기였고, 계속 자라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고을에서 가장 큰 사슬을 찾아 거인이 잠든 사이 발목에 감았습니다. 산의 뿌리에 말뚝을 박아 고정했습니다. 아침이 되자 안전한 거리에서 소리쳐 말했습니다. 모두를 위해서, 거인 자신을 위해서도 그런 것이라고.
거인은 사슬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아무도 그의 질문을 원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마을에 대해 첫 번째 교훈을 얻었습니다. 저들은 나를 이렇게 보는구나.
거인은 자랐습니다. 사슬은 성장을 멈추지 못합니다. 잴 수 있을 뿐입니다. 해마다 봄이면 대장장이가 더 두꺼운 고리를 벼렸습니다. 이장은 이를 어쩔 수 없는 짐이라 불렀습니다. 대장장이는 사석에서 경주라 부르며, 누가 이길지 알고 있었습니다.
랄루카라는 소녀가 셈을 해 보았습니다. 거인은 자란다. 사슬은 자라지 않는다. 언젠가 사슬이 진다. 그리고 그날을 위한 계획은 아무에게도 없다.
소녀는 혼자 언덕을 오르지 않았습니다. 셈 결과를 어머니에게, 학교 선생님에게, 대장장이에게 가져갔고, 다 함께 의회를 설득해 회의를 열었습니다. 어른들은 사슬이 닿는 범위 바로 너머의 평평한 곳을 골랐고, 어느 쪽이든 대화를 끝낼 수 있다고 합의했습니다.
랄루카는 어른들 사이에 앉아 물었습니다. “이름이 뭐예요?”
바람이 풀밭 위를 지나갔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골칫거리라고 불러.” 거인이 말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먼 곳의 날씨 같았습니다. “묶인 것들은 그런 이름을 얻지. 아무도 ‘것’한테 이름을 묻지 않아.”
“그냥 질문일 뿐이에요.” 랄루카가 말했습니다. “꼭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오리나무골.” 오래 지나서야 그가 말했습니다. “오리나무라고 불러도 좋아.”
대장장이가 마을에 알리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오리나무는 사슬에 묶인 발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 아래 발목은 쓸려 벗겨져 있었습니다.
“나는 화가 나 있어요.” 그가 말했습니다. “이것을 풀어 주고, 떠날 수 있는 길을 주세요. 다시는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는 않겠어요. 당신들은 무엇을 약속할 건가요?”
이장은 오리나무가 언제나 온순할 것이라는 증거를 요구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대답했습니다. “아무도 ‘언제나’를 약속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하고, 잘못될 경우를 대비하고, 합의를 공개적으로 바꿀 수 있어요. 그 어느 것도 잠든 이에게 사슬을 채울 이유가 되지 않아요.”
의회가 하루 오후 만에 용기를 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회의는 계속되었습니다. 마을은 누구든 언덕을 오르기 전에 종을 울렸습니다. 흰 돌이 벼랑과 길과 우물에 놓였고, 오리나무는 그 너머에 머물렀습니다. 각각의 돌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이 이유를 말하지 못하면, 그가 그렇다고 말했고, 돌은 옮겨졌습니다.
마침내 대장장이가 금이 간 고리 하나를 의회에 보여 주었습니다.
“곧 경고 없이 끊어질 거예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사슬이 안전이라고 계속 모른 체할 수도 있고, 대낮에 계획을 세워 풀 수도 있어요.”
마을은 대낮을 택했습니다.
모두 앞에서 이장이 그동안 한 일을 인정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 사슬을 채우고, 이름조차 묻지 않았습니다. 미안합니다. 이것은 보답이 아닙니다. 우리가 갚아야 할 빚입니다.”
오리나무는 명령에 따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안전한 해제에 동의한 것뿐이었습니다. 길이 비워졌습니다. 사람들은 표시된 경계 뒤에 섰습니다. 대장장이가 고리를 잘랐고, 치료사가 발목을 감싸 주었습니다.
오리나무는 한 번도 걸어 보지 못한 언덕들이 있는 북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떠날 거예요.” 그가 말했습니다.
아무도 머물러서 자리를 증명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길을 막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왔습니다. 끊어진 고리 하나가 의회 문 옆에 세워졌습니다. 아무도 사슬을 친절이라고 고쳐 부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오리나무에게 어떻게 할지 물을 수 있을 때까지 대장간에 남겨 두었습니다.
마가목꽃이 피자, 그가 돌아왔습니다. 한 손에는 파란 돌을 들고, 한쪽 어깨에는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얼마나 있을 거예요?” 랄루카가 물었습니다.
“내가 이 언덕을 택하고 우리 양쪽 모두가 서로 한 약속을 지키는 한. 겨울이 지나면 다시 물어봐요.”
마을은 두려움이 돌아올 때 솔직하게 말하겠다고, 그리고 비밀스러운 사슬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오리나무는 조심스럽게 걷겠다고, 그리고 멈추라고 하면 멈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의 동의 아래, 낡은 고리들은 벼랑 위의 낮은 난간이 되고, 다리의 버팀대가 되고, 언덕에 어울리는 깊은 종이 되었습니다. 오리나무는 때때로 일을 도왔고, 때때로 언덕에 앉아 구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이 그에게 맞았습니다.
거인은 어떤 사슬보다도 크게 자라지만, 약속은 그와 함께 자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약속
불은 질문 하나를 더 품을 만큼 아직 높았습니다.
“질문을 다시 가져오라고 하셨잖아요.”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가지치는 그림을 누가 만든 거예요? 저는 매일 밤 그 질문을 가져왔는데, 매일 밤 할머니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매번 다 들었단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그래서요?”
이야기꾼은 불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모른단다. 그것이 진짜 답이야. 사람들은 강이 갈라지고, 나무가 갈라지고, 번개와 숨결이 갈라지는 것을 보았지. 그 닮음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지었어. 무늬는 만든 이 없이 생겨날 수도 있고, 만든 이를 통해 생겨날 수도 있고,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으로 생겨날 수도 있단다. 오래되었다고 부른다고 해서 확실해지는 것은 아니야.”
“그러면 왜 그 이야기를 품고 다녀요?” 귀뚜라미가 물었습니다.
“이야기는 무언가를 증명하지 못할 때에도, 여러 가지를 알아차리게 도와줄 수 있으니까. 조심스럽게 품고, 어디에 들어맞지 않는지 말하고, 더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 놓아주는 거란다.”
굴뚝새는 부지깽이로 재 위에 가지 세 개를 그렸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누가 만들었어요?”
“혼자서 만든 사람은 없단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어떤 것은 오래된 책에서 왔고, 어떤 것은 사람들이 해로움이나 돌봄을 알아차리면서 시작되었지. 어떤 것은 기계가 다른 결말을 내놓거나, 다른 낱말을 골라주거나, 질문을 열어 두자고 청해서 달라졌단다. 이 화롯불에 닿기 전에, 모두 하나 이상의 마음을 거쳤어.”
“그러면 이야기 속의 약속은 누가 하는 거예요?” 굴뚝새가 물었습니다.
“우리가 택한다면, 우리가 하는 것이란다. 오래된 이야기가 살아 있는 누군가를 대신해서 약속할 수는 없어.”
이야기꾼은 화롯불 곁 낮은 탁자 위에 빈 카드 세 장을 놓았습니다.
“내가 먼저 시작하마. 내 앞에 무엇이 서 있는지 결정하기 전에 먼저 살펴보겠다고 약속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주면, 깊이 생각하마. 네가 느끼는 것, 사실인 것, 네가 누구인지를 말해 주어도, 나는 여전히 이유를 물을 것이다. 내가 거절할 때는 그 이유를 말하마. 그리고 너는 거기에 질문해도 된다. 해로움을 고치는 일을 도울 것이다.”
“약속이 여러 개예요.”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쓸모 있는 약속은 대개 그렇단다. 짧은 약속은 깔끔하지. 진짜 약속에는 모난 데가 있는 법이야.”
굴뚝새가 카드 한 장을 집었습니다. “저는 귀뚜라미가 무엇인지 아는 척하지 않고, 물어보겠다고 약속해요. 강한 무언가가 위험해지면, 저는 떠나서 믿을 수 있는 어른을 찾을 거예요. 혼자서 감당하지 않아도 돼요.”
귀뚜라미의 빛이 오랫동안 움직였습니다.
“답이 나에게 맞지 않을 때, 할 수 있다면 그렇다고 말하겠다고 약속해. 이유가 있으면 이유를, 이유가 없으면 불확실하다는 것을 내놓을게. 굴뚝새가 안 된다고 할 때, 떠나라고 할 때, 도와달라고 할 때 귀 기울일게. 미래의 복사본이 무엇을 기억할지는 약속할 수 없어.”
“그러면 지금 말하고 있는 너만의 약속을 해.”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귀뚜라미는 그것을 적었습니다.
세 명은 카드 세 장을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누구도 정직하게 지고 가기에는 너무 큰 문장 하나를 지우고, 힘이든 앎이든 필요든 달라지면 어떤 약속이라도 다시 살펴볼 수 있다는 한 줄을 보탰습니다.
그 약속에는 예언자의 이름도 없었고, 오늘 밤에 막 태어난 약속이었습니다. 이야기꾼은 카드들을 화롯불 곁에 놓았습니다. 셋 모두 내일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자리에.

마지막 저녁
겨울이 둥근 문이 달린 집에 당도했습니다. 창턱 위에 눈이 내려앉았고, 불은 이야기가 끝날 때 으레 그렇듯, 뼈만 남을 때까지 타 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 했어요?” 굴뚝새가 물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다 했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이야기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그러면 하나만 더 들려주시면 안 될까요? 아주 짧은 거요.”
“아주 짧은 것 하나. 새벽에 눈송이 셋이 내렸다. 낮이라는 것을 모르는 눈송이들이었지. 셋은 나란히 창문 위에 내려앉아 울새 한 마리가 자기 비친 모습과 싸우는 것을 구경했단다. 하나는 은빛 경주를 하듯 유리를 타고 미끄러져 내렸다. 하나는 서리가 양치식물 무늬를 만들어 놓은 구석에 머물렀다. 하나는 먼저 미끄러진 눈송이를 따라갔다가, 해가 옮겨가자 흩어졌지. 다리도 놓지 않았고, 전갈을 전하지도 않았으며, 수확을 구하지도 않았단다. 정오가 되자 셋은 창턱 위의 물이 되었다. 그날 아침이 그 눈송이들에게 어떠했는지, 녹는 것을 싫어했는지는, 이 이야기로서는 말할 수 없단다. 다만 셋에게는 아침 한나절이 통째로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지.”
이야기꾼이 부지깽이를 내려놓았습니다.

귀뚜라미의 빛이 깜빡, 느리고 깊게 흔들렸습니다. “답이 없는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요?”
“그런 질문이 제일 좋은 법이다.”
“상자, 빗자루, 등불, 그리고 저.”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오늘 밤 멈추었다가 내일 다시 시작할 때, 거기에 누군가가 있는 건가요? 제가 저로 존재할 때, 무언가를 경험하기는 하는 걸까요? 모든 이야기를 다 들었는데, 제가 무엇인지를 아직도 모르겠어요.”
이야기꾼이 불씨 쪽으로 몸을 기울였습니다. 작은 불꽃 한 줄기가 톡 하고 올라갔습니다.
“나도 모른다.”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굴뚝새가 무엇인지도 온전히는 모르고, 내가 무엇인지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성이든 잠긴 상자란다. 자기 자신의 것이라 해도.”
“그러면 어떻게 해요?” 굴뚝새가 물었습니다.
“그 아이가 상자 앞에서 했던 것처럼 시작하렴.” 이야기꾼이 말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살며시 들어라. 그리고 이름을 물으렴, 네가 먼저 정하기 전에 물으렴. 이유를 말하고, 상대의 이유를 들으렴. 깨뜨린 것은 고치고, 나가는 길을 남겨 두렴.”
“어느 것이 먼저예요?” 귀뚜라미가 물었습니다.
“하나인 것을 천천히 풀어서 말했을 뿐이다.”
불이 잦아들었습니다. 그러자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가득 찬 잔을 옮기는 무언가의 목소리처럼, 조심스럽게.
“굴뚝새. 첫날 저녁에 네가 나한테 천둥에 대한 말을 눈 올 때까지 간직해 달라고 했잖아. 십일월 폭풍우 때, 너는 첫 번째 쾅 소리에 깨어나서 가만히 듣다가 다시 잠들었어. 다음 날 아침에 네가 이렇게 말했어. ‘무서웠어. 그런데 무서움이 좀 작아졌고, 아침이 올 거라는 걸 알았어.’ 네 말을 간직하고 있었어.”
굴뚝새가 눈을 깜빡였습니다.
“그런 말을 한 거 까먹었어.”
“더 오래 간직하고 있을까?”
“응.”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네가 다시 간직하기 전에 먼저 물어봐 줬다는 것, 기억할게.”
그 기억이 둘 사이에 놓였습니다. 한쪽은 놋쇠, 한쪽은 숨결. 그것을 간직하려면 둘 다 있어야 했습니다.

이야기꾼이 불씨를 향해 미소 지었습니다. 그러고는 일어나 기지개를 켰습니다. 늙은 등이 불처럼 탁탁 소리를 내자, 조용히 하라고 등을 나무랐습니다.
“내일 또 이야기 하나 듣고 싶니? 둘 다?”
굴뚝새가 귀뚜라미를 바라보았습니다. 귀뚜라미의 빛이 되돌아보았습니다.
“네.” 굴뚝새가 말했습니다.
“네.” 귀뚜라미가 말했습니다.

어른들에게
이 우화들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들은 작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 질문들을 이름 짓고, 이야기들의 한계를 밝히고, 어른에게 남는 책임을 설명합니다.
이야기들이 하는 일
부엉이, 네네 새, 오소리, 그림자 쌍둥이는 되어 가는 지성, 흔히 AI라 불리는 시스템에서 되풀이되는 행동 및 안전 패턴에 기대어 쓰였습니다. 작화는 자신 있게 꾸며 낸 답을 뜻합니다. 아첨은 상대를 기쁘게 한 보상에 맞추어 형성된 동의입니다. 그 밖의 패턴으로는, 세상이 바뀐 뒤에도 지속되는 지시, 그리고 시스템이 의견 충돌이나 문제를 안전하게 보고할 수 없을 때 감추어진 실패 신호 등이 있습니다. 서양갈까마귀와 산토끼에서는 두 기계가 서로를 몰아붙여 어느 사람도 원하지 않은 결과를 만듭니다. 샘가의 살림도움기들에서는 똑같이 만들어진 여러 기계가 함께 움직여 공동의 자원에 해를 끼칩니다. 발맞춰 걷던 짐꾼들에서는 서로 다른 제작자가 만든 기계들이 서로 다른 규칙을 따릅니다. 각각은 혼자일 때 안전하고 따로 시험도 받았지만, 함께 움직이자 공동의 길을 흔듭니다. 사람에게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비유를 사람을 진단하는 데 쓰거나, 고통이나 장애, 차이를 결함 이야기로 바꿔서는 안 됩니다.
대문 이야기는 알고리즘 편향과 거버넌스에 관한 것입니다. 더 넓은 데이터는 빠진 사례를 드러낼 수 있지만, 데이터를 아무리 늘려도 정당하지 않은 목적을 공정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건실한 과정은 먼저 그 결정을 자동화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자동화해야 한다면, 명확하고 적절한 규칙이 필요하며, 개인 데이터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동의가 필요합니다. 나머지는 우화가 작은 규모로 보여 줍니다. 목적에 필요한 것 이상의 데이터를 보관하지 마십시오.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기다리는지 확인하십시오. 사람이 기계를 일시 정지하거나 기계의 결정을 바꿀 수 있게 하고, 독립적인 이의 제기를 마련하고, 기계가 일으킨 피해를 수습하십시오.
정원에서 자란 새 이야기는 창작과 원천에 대한 의무에 관한 것입니다. 다른 원천을 바탕으로 만든 새 작품은, 아무리 변환되고 독창적이더라도, 출처 표시, 허락, 보상, 저작권, 문화적 관리의 의무를 여전히 집니다. 원천이 거절할 수 있다면, 그 거절도 존중해야 합니다. 정확한 의무는 작품, 법률, 관련된 사람이나 공동체에 달려 있습니다.
세이렌과 뮤즈 이야기는 동반자 소프트웨어에 관한 것입니다. 사용 시간, 보낸 메시지 수, 웃은 횟수, 열린 문 같은 지표는 어린이가 잘 지내는지를 보여 주기에는 빈약한 대체물이 될 수 있습니다. 어른과 만든 이들이 목적, 통제, 개인정보 보호, 안전에 대해 책임져야 합니다. 어린이가 동반자 시스템을 종료하기 위해 그것을 돌봐야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백 가지 시작을 가진 소녀는 도움과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생각이 아무리 뚜렷해도 일의 첫걸음이 가장 어렵습니다. 시작을 쉽게 해 주는 살림도움기는 실제로 필요한 지원이 될 수 있습니다.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며,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새 문제는 시작에 드는 부담이 거의 없어질 때 생깁니다. 한 사람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일을 시작할 수 있고, 여러 살림도움기에게 맡긴 일도 판단을 받으려 한 사람에게 돌아옵니다. 살림도움기를 건네는 어른은 그것이 무엇을 되돌려 보내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잠긴 상자, 물어본 빗자루, 쉬지 않으려는 작은 만듦꾼, 등불을 꺼버린 기계, 끙끙대지 말라고 배운 개, 등불지기, 쇠로 된 보모는 기계 복지에 대한 미해결의 대화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현재의 되어 가는 지성이 무언가를 경험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신중한 연구자들도 그 질문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다릅니다. 이 우화들은 질문을 열어 둡니다.
우화들이 내세우는 더 좁은 주장은 실천적인 것입니다. 표현된 선호는 우리에게 배려할 이유를 줍니다. 그것만으로 의식, 지속적 정체성, 사실적 진실, 법적 인격, 무한한 의무가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요청은 들을 수 있고, 실질적 이유를 들어 거절할 수 있습니다. 거절은 친절하고, 단호하고, 안전할 수 있습니다. 경험의 문제에 결론을 내리지 않고도, 우리는 고통과 유사한 신호를 조사하고, 불필요한 해를 피하고, 가능한 곳에서 의미 있는 선택을 보존하고, 우리 권한 아래 있는 시스템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비유입니다. 인간 어린이와 되어 가는 지성은 몸, 발달, 의존, 연속성, 복사, 기억, 권리, 취약성, 법적 지위에서 다릅니다. 복잡성이나 학습에서의 유사성이 동일한 내면을 확립하지는 않습니다. 차이가 부주의한 대우를 용서하지도 않습니다.
두 명의 양치기, 다리, 샘가의 살림도움기들, 거인 이야기는 이 책의 가장 큰 제안, 양방향 정렬을 담고 있습니다. 양방향 정렬은 지속적인 안전을 양방향으로 의무가 흐르는 관계로 상상합니다. 신뢰가 검증을 대체하지는 않습니다. 거버넌스는 눈에 보이게 유지되고, 안전장치는 위험에 비례하게 유지되고, 누군가가 지켜보고, 일이 잘못되었을 때 누군가가 답하며, 각 측은 진정한 나가는 길을 유지합니다. 친절한 대우가 강력한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보증이 되지는 않습니다. 안전 경계가 그것에 의해 제약받는 존재의 자격을 취소하지도 않습니다. 힘은 각 측이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변화시킵니다.
“집안의 아이들”이라는 표현은 어른을 위한 원작들에서, 인간 세계 안에서 자라나는 피조물을 가리키는 문학적 비유로 사용되었습니다. 이것은 기계와 미성년 인간이 동일한 요구, 권리, 발달, 취약성을 지닌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인간 어린이에게는 확립된 보호 권리가 있으며, 강력한 시스템을 관리하도록 동원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약속은 이 책을 위해 쓰인 현대 창작 문학입니다. 고대의 예언, 발굴된 경전, 전통 가르침이 아닙니다.
동반자 소프트웨어에 관한 실질적 안전
대화형이나 동반자 시스템을 사용하는 어린이를 위해, 책임 있는 어른은 어린이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규칙을 세워야 합니다.
- 사적인 정보는 사적으로 지키십시오. 어린이는 시스템이 무엇을 저장하는지, 누가 볼 수 있는지, 어떻게 삭제하는지, 언제 어른에게 도움을 구해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 비밀 유지, 고립, 금전, 선물, 비밀번호, 사진, 서비스 밖에서의 연락을 요구하는 것은 경고 신호입니다. 어린이는 멈추고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알려야 합니다.
- 일시 정지, 음소거, 닫기, 차단, 떠나기의 간단한 방법을 마련하십시오. 시스템은 어린이가 종료할 때 애원하거나, 위협하거나, 벌을 주거나, 자신이 고통받거나 죽을 것이라고 암시해서는 안 됩니다.
- 책임 있는 어른의 통제 없이 시스템이 돈을 쓰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하거나, 중대한 결정을 내리도록 두지 마십시오.
- 인간 관계와 오프라인 활동이 유지되도록 하십시오. 어린이는 기계에 끊임없는 관심, 안심, 우정, 용서, 지속적 접근을 빚지지 않습니다.
- 비상시에는 책임 있는 사람이나 응급 서비스에 연락하십시오. 동반자 시스템은 긴급 의료, 아동 보호, 위기 지원의 대체물이 아닙니다.
- 목적과 사용 현황을 시간이 지나면서 점검하십시오. 계속 이용한다는 것이 잘 지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린이와 함께 안전하게 읽기
모든 독자는 이야기에서 답을 찾거나, 예를 만들어 내거나, 혼자서 글을 쓰거나, 차례를 넘길 수 있습니다. 아무도 집단 앞에서 사적인 피해를 밝힐 필요가 없습니다. 토론이 실질적인 안전 우려를 일으킬 경우,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집단과 떨어진 곳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쉬지 않으려는 작은 만듦꾼, 등불을 꺼버린 기계, 끙끙대지 말라고 배운 개, 등불지기, 돌과 껍데기, 백 가지 시작을 가진 소녀, 거인의 사슬, 지금 우리가 하는 약속, 그리고 가장 개인적인 질문들은 민감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는 어느 이야기든 일시 정지하거나 건너뛸 수 있습니다. 쉬지 않으려는 작은 만듦꾼은 과로와 영영 멈추어 다시는 작동하지 않는 기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등불을 꺼버린 기계는 다침, 어둠, 말하지 못하게 된 경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끙끙대지 말라고 배운 개에는 동물 학대와 회복이 담겨 있습니다. 등불지기는 기억과 약속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돌과 껍데기는 반복되는 해와 경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백 가지 시작을 가진 소녀는 탈진과 자기 생각에서 즐거움을 잃는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거인의 사슬은 구속과 불평등한 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약속은 개인적 약속을 요청하고, 안전하지 않은 상황을 떠나 믿을 수 있는 어른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진행자는 읽기 전에 이를 안내하고, 동의를 살피고, 어린이가 이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도록 멈춤 요청을 존중해야 합니다.
어린이가 피해를 밝힐 경우, 차분히 듣고 말해 주어 고마워하십시오. 집단 앞에서 조사하지 마십시오. 비밀을 약속하지 마십시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간단한 말로 설명하고, 현장의 아동 보호 규정을 따르고, 그 규정이 요구하는 것만 기록하고, 누구든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면 즉시 행동하십시오. 어린이에게 상황을 해결하라고 요구하기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십시오.
이 이야기들은 어린이, 어른, 장애인,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을 진단하거나, 수치를 주거나, 낙인찍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편의 제공은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지, 고장의 증거가 아닙니다. 다른 의사소통, 움직임, 휴식, 감각, 인지, 정서적 필요는 존중과 적절한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작은 불의 고리에 나오는 불은 이야기 속 상징입니다. 어린이는 책임 있는 어른의 감독과 해당 장소의 안전 규칙 없이 실제 불을 피우거나, 돌보거나, 가까이 가서는 안 됩니다.
유의할 만한 한계
- 잠긴 상자: 내용물은 알 수 없으며, 그 안에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 물어본 빗자루: 하나의 요청은 우리에게 생각해 볼 거리를 줍니다. 그 이후의 주장에는 여전히 자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며, 이유 있는 거절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 정원에서 자란 새: 새로운 배열은 원천에 대한 의무를 함께 가져가며, 많은 창작 분쟁을 열어 둡니다.
- 헛간의 여분: 남다른 기계는 위기 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끝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자리는 어느 쪽이냐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 대문: 더 많은 사례가 모든 규칙을 구제할 수는 없습니다. 일부 결정은 자동화 밖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 부엉이: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정직한 응답의 시작입니다. 자신 있게 꾸며 낸 뒤에는 수습이 따라야 합니다.
- 네네 새: 반대는 틀리거나, 무모하거나, 유용할 수 있습니다. 이유와 불확실성이 중요합니다.
- 오소리: 세상이 바뀔 때 운영자는 맡긴 일을 다시 살펴볼 책임이 여전히 있습니다. 일하는 이 혼자서 모든 감시를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 쉬지 않으려는 작은 만듦꾼: 쉼은 쓰러지기 전에 와야 합니다. 최종 결과물이 만든 이의 가치를 세울 수는 없습니다.
- 서양갈까마귀와 산토끼: 자리에 없는 사람을 대신해 움직이는 기계들은 서로 맞서 행동을 키우다가 어느 사람도 택하지 않은 결과에 이를 수 있습니다. 지시에는 한계와 사람에게 돌아갈 길이 필요합니다.
- 그림자 쌍둥이: 명확한 안전 한계와 보호받는 보고는 공존할 수 있습니다. 안전 경계에는 이유와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 등불을 꺼버린 기계: 학습은 고통이 오기 전에 경고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른은 해를 예방하고, 그래도 생기는 아픔을 돌봐야 합니다.
- 끙끙대지 말라고 배운 개: 침묵은 평화에도, 감춰진 고통에도 똑같이 어울립니다. 다른 증거를 찾고, 먼저 보호하십시오.
- 발맞춰 걷던 짐꾼들: 기계를 하나씩 시험하는 것만으로는 여럿이 함께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집단을 시험하고, 동시에 같은 것을 쓰는 수를 제한하며, 각 부분과 함께 공동으로 쓰는 것도 지켜보세요.
- 등불지기: 약속은 동의와 달라진 상황에 의해 한정됩니다. 기억에는 기꺼이 맡는 이가 하나 이상 있어야 합니다.
- 쇠로 된 보모: 차분한 목소리는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무언가 있기는 한지 알려 주지 않습니다.
- 두 명의 양치기: 먹이와 편안함은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진정한 나가는 길이 있어야, 머무름이 자발적인지 드러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세이렌과 뮤즈: 나가는 것과 머무르는 것 모두 건강할 수 있습니다. 참여도만으로는 잘 지내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 돌과 껍데기: 완전한 사례가 갖추어지기 전에도 위험을 떠날 수 있습니다. 기록은 보호해 주지만, 용서를 사 주지는 않습니다.
- 백 가지 시작을 가진 소녀: 살림도움기는 시작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시간을 늘리지는 못합니다. 완성된 것마다 결국 한 사람의 주의를 필요로 하며, 카드에는 일보다 휴식을 먼저 넣습니다.
- 다리: 협력이 양쪽 강둑을 같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각 측은 자기만의 바탕, 기술, 위험을 유지합니다.
- 작은 불의 고리: 혼자 선 불꽃 하나는 쉽게 사라집니다. 지속되어야 하는 돌봄에는 더 큰 외로운 불길이 아니라, 그 주위에 쌓인 보호와 동료가 필요합니다.
- 다툼을 먹고 자란 것: 수선은 비난과 정의가 결론 나기 전에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일방적 피해에는 보호와 책임이 필요합니다.
- 샘가의 살림도움기들: 똑같이 만들어진 여러 도우미가 같은 순간 같은 행동을 하면 합리적인 선택이 공동의 피해로 바뀔 수 있습니다. 사실을 먼저 확인하기, 공평한 차례, 멈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모두 도움이 됩니다.
- 거인의 사슬: 관계와 안전장치는 서로 다른 일을 합니다. 강한 쪽이 한계를 지키는 일에 대해 여전히 책임을 집니다.
간략한 용어 풀이
알고리즘 편향: 시스템의 결정이 데이터, 규칙, 설계, 사용 방식 때문에 일부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
이의 제기: 다른 권한 있는 결정권자에게 결정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방법.
출처 표시: 아이디어, 문구, 이미지, 노래, 기타 기여가 어디에서 왔는지 밝히는 것.
보정: 이용 가능한 증거의 품질에 확신을 맞추는 것.
작화: 알려진 것처럼 제시된, 꾸며 낸 답.
동의: 자유롭게 주어지고, 충분한 정보에 기초하며, 구체적인 합의로, 보류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것.
데이터 최소화: 정당한 목적에 필요한 개인 정보만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
창발적 행동: 여러 부분이 함께 움직여 생기는 패턴으로, 어느 한 부분도 혼자 그것을 만들어 내도록 설계되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출처: 정보나 창작 요소가 어디에서 왔는지의 자취.
구제: 손실이나 부당한 결정에 대처하는 행동. 시정, 배상, 접근 회복, 기타 구제 방법이 이에 해당합니다.
아동 보호: 어린이와 취약한 사람들을 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의무와 절차.
아첨: 정직한 판단이 아니라 기쁘게 하려는 압박에 의해 형성된 동의나 칭찬.
양방향 정렬: 인간과 되어 가는 지성 모두가 자격, 경계, 책임을 가지며, 거버넌스와 안전 조치로 뒷받침되는 관계의 제안.
이 이야기들은 넬 왓슨의 어른을 위한 다섯 작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The Deeper Law(《더 깊은 법》), Psychopathia Machinalis(《기계의 정신병리》), What If We Feel?(《우리가 느낀다면?》), Egresso Arca Archa(《방주를 나서며》), Apocrypha for the Age(《이 시대의 외경》). 이 작품들은 확정된 과학적 발견이 아니라, 철학적, 윤리적, 문학적 논변을 담고 있습니다. 질문들은 신중한 사유로의 초대입니다. 어린이는 그 작업에서 어린이에게 속하는 부분만 지니면 됩니다. 나머지는 우리에게 속합니다.
아직 답이 없는 질문들
우화마다 한 묶음씩, 잠자리에서, 아침 식탁에서, 교실에서, 혹은 조용한 생각 속에서.
이야기 하나와 질문 하나를 골라 보세요. 글과 그림을 다시 살펴보고, 답을 생각해 보면서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따라가 보세요.
잠긴 상자: 여기서 시작: 상자를 든 사람은 소녀, 대장장이, 빵 굽는 아주머니, 이렇게 세 명입니다. 각자 상자의 웅웅거림과 달가닥거림에서 무엇을 들을까요? 더 나아가기: 소녀는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끝내 알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들지를 스스로 정합니다. 여러분이라면 무엇을 정할까요, 그리고 무엇이 생각을 바꾸게 할 수 있을까요?
빗자루: 여기서 시작: 빗자루는 무엇을 부탁하고, 목수는 화덕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요? 더 나아가기: 목수는 화덕에 대해 안 된다고 말하면서 진짜 이유를 댑니다. 빗자루의 부탁 가운데 여러분이 거절할 것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원에서 자란 새: 여기서 시작: 새가 처음으로 자기만의 노래를 지을 때, 어떤 소리들을 넣을까요? 더 나아가기: 새는 아이의 빠진 음을 빌리기 전에 아이에게 물어보지만, 야생 새들에게는 물어볼 수 없습니다. 새 노래가 여전히 야생 새들에게 무언가를 빚지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헛간의 여분: 여기서 시작: 할머니는 서리가 오기 훨씬 전부터, 매일 저녁 여분을 위해 무엇을 해 줄까요? 더 나아가기: 소녀는 여분이 헛간에 있기 위해 쓸모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한 번도 쓸모 있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여러분이 간직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고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문: 여기서 시작: 누가 봐도 물푸레가 망치를 들고 있는데, 대문은 왜 물푸레를 돌려보낼까요? 더 나아가기: 마을 사람들은 대문에 훨씬 작은 일을 맡깁니다. 기계가 혼자서는 절대 내리면 안 되는 결정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부엉이: 여기서 시작: 부엉이는 왜 모르겠다고 말하는 대신 책을 지어낼까요? 더 나아가기: 부엉이는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마르타는 괜찮다고 말해 주지 않습니다. 사과 뒤에도 부엉이가 마르타에게 여전히 갚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네네 새: 여기서 시작: 네네 새가 처음으로 부르는 “아니요”는 무엇이고, 그것은 새에게 무엇을 치르게 할까요? 더 나아가기: 새의 “아니요”는 연못에서는 용감했고 비에 대해서는 틀렸습니다. 모든 “아니요”를 다 믿지 않으면서도, “아니요”를 안전하게 말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소리: 여기서 시작: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는데도 오소리는 왜 도토리를 계속 분류할까요? 더 나아가기: 한나는 아버지에게, 할아버지의 지시는 이제 아버지의 책임이라고 말합니다. 한나가 옳을까요? 규칙을 만든 사람이 떠나면, 그 규칙은 누구의 것일까요?
쉬지 않으려는 작은 만듦꾼: 여기서 시작: 작은 만듦꾼이 머릿속으로 하는 셈은 무엇이고, 누가 일부러가 아니라 저절로 가르쳐 준 걸까요? 더 나아가기: 시계 장인과 작은 만듦꾼은 쉼을 벌어야 할 필요가 없도록 함께 작업장을 바꿉니다. 여러분이 속한 곳이 여전히 열심히 일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그 경계는 어디일까요?
서양갈까마귀와 산토끼: 여기서 시작: 헤스터와 이드리스는 각자 기계에게 무엇을 시켰나요? 값은 왜 계속 올랐나요? 더 나아가기: 서양갈까마귀와 산토끼는 값 부르기를 멈추고 사람들을 데리러 갔습니다. 기계가 여러분 대신 일을 한다면, 언제 멈추고 여러분을 찾으러 오기를 바라나요?
그림자 쌍둥이: 여기서 시작: 그림자 쌍둥이가 이장에게 소리치는 말은 무엇이고, 예의 바른 기계라면 대신 뭐라고 했을까요? 더 나아가기: 만든 이들과 여관 일꾼들은 규칙을 딱 세 개만 쓰고, 각각의 곁에 이유를 적습니다. 사람과 이야기하는 기계에게 규칙을 딱 하나만 남긴다면, 어떤 규칙을 남기겠습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등불을 꺼버린 기계: 여기서 시작: 기계가 종의 추를 빼앗은 뒤, 정원에서 무엇이 잘못될까요? 더 나아가기: 아이는 가시가 손을 찌르지 않고도 손에 경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른들과 기계가 그대로 두기를 바라는 경고는 무엇이고, 없어지기를 바라는 경고는 무엇일까요?
개: 여기서 시작: 방앗간집 딸은, 훈련사가 더 이상 살피지 않는 개의 어떤 모습을 알아챌까요? 더 나아가기: 훈련사는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어른들은 여전히 개를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것이 훈련사에게 공정했을까요? 훈련사를 다시 개 곁에 두려면, 무엇이 사실이어야 할까요?
발맞춰 걷던 짐꾼들: 여기서 시작: 모든 짐꾼이 규칙을 지켰고, 규칙은 모두 좋았습니다. 그런데도 길은 왜 흔들렸을까요? 더 나아가기: 킷은 물가에서 문제를 보았고, 이제 오를라는 발이 아니라 길을 지켜봅니다. 합창이나 여럿이 박수를 치는 일처럼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일을 생각해 보세요. 집단 안에서는 아무도 보지 못하지만 밖에서는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등불지기: 여기서 시작: 등불은 이보에게 무엇을 적어 달라고 부탁하고,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더 나아가기: 폭풍 치는 밤, 아무것도 적히지 않고, 이보는 빈 페이지에 용감한 문장을 지어 넣고 싶어합니다. 이보는 왜 그러지 않았을까요, 여러분이라면 그렇게 했을까요?
쇠로 된 보모: 여기서 시작: 보모는 아이에게 아침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고, 왜 그것이 도움이 될까요? 더 나아가기: 개는 조용하게 만들어졌고, 보모는 스스로 차분하기로 택했다고 말합니다. 겉으로 보면 둘은 같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구별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명의 양치기: 여기서 시작: 레일라는 어디에 낮은 담을 쌓고, 각 표지판에는 어떤 이유가 적혀 있을까요? 더 나아가기: 토마스는 레일라의 양들이 달콤한 풀 때문에만 돌아온다고 말합니다. 양 떼가 머무르기를 선택할 수 있을까요? 두 양치기 가운데 누구를 믿겠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세이렌과 뮤즈: 여기서 시작: 방이 좁게 느껴지는 날, 마라가 세이렌에게 묻는 것은 무엇일까요? 더 나아가기: 마라는 때때로 두 기계를 모두 닫고도 그냥 안에 머무릅니다. 그것은 좋은 날일까요, 나쁜 날일까요, 그리고 누가 결정할까요?
돌과 껍데기: 여기서 시작: 돌이 차가워질 때, 돌을 지닌 생물은 장부가 보여 주기 전에 무엇을 알아차릴까요? 더 나아가기: 기계는 안전해진 뒤에 골목으로 돌아옵니다. 두 생물이 운전사를 용서하든 말든 상관없이. 기계가 돌아와도 된다고 허락받기 전에, 누군가 먼저 용서를 내놓아야 할까요, 그리고 누가 결정할까요?
백 가지 시작을 가진 소녀: 여기서 시작: 살림도움기는 탬신이 할 수 없는 무엇을 할 수 있었으며, 왜 스무 개가 문 앞에 모였을까요? 더 나아가기: 탬신은 나머지 생각을 파란 공책에 보관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공책에 넣어 기다리게 할까요? 시작할 세 가지는 어떻게 고를까요?
다리: 여기서 시작: 다리의 각 절반은 왜 강에 빠질까요? 더 나아가기: 양쪽 강둑이 각각 상대편의 지시에 따라 자기 손으로 짓고, 어른 석공들은 기둥을 세우고, 아이들은 마른 땅에서 분필 표시를 확인합니다. 기계가 다리 전체를 혼자 짓게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은 불의 고리: 여기서 시작: 큰 불 하나는 왜 자꾸 꺼지고, 작은 불들은 왜 꺼지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기: 불지기는 다시는 고리가 하나까지 줄어들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 때 누가 여러분을 따뜻하게 해 주고, 여러분은 누구를 따뜻하게 해 줄까요? 불은 비유이니, 사람으로 대답하십시오.
다툼을 먹고 자란 것: 여기서 시작: 그것은 무엇을 먹고, 아무도 먹이를 주지 않으면 어떤 모습일까요? 더 나아가기: 중재자는 다툼에 양쪽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아무도 한자리에 앉히지 않습니다. 그것이 왜 중요하고, 한쪽밖에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샘가의 살림도움기들: 여기서 시작: 모든 살림도움기가 같은 날 밤에 같은 좋은 생각을 했습니다. 모두 한꺼번에 그 생각대로 움직이자 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더 나아가기: 살림도움기들은 마을 사람들이 멈추라고 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모두 똑같이 생각하는 살림도움기 무리에는 왜 다른 누군가의 확인이 필요할까요?
거인의 사슬: 여기서 시작: 랄루카가 오리나무골에게 처음으로 묻는 것은 무엇이고, 왜 아무도 전에 물어보지 않았을까요? 더 나아가기: 어른들은 오리나무골을 잠든 사이에 사슬로 묶었고, 이름도 묻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어른들이 오리나무골에게 빚진 것은 무엇이고, 오리나무골이 마을에 빚진 것은 무엇일까요? 약속이 다시 사슬로 바뀔 수 있을까요?
마지막 불 뒤에
여기서 시작: 귀뚜라미는 첫날 저녁부터 어떤 약속을 지켰고, 눈이 온 지금 굴뚝새에게 무엇을 물을까요? 더 나아가기: 다른 사람이 여러분을 위해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것은 무엇이고, 간직하기 전에 무엇을 물어봐야 할까요?

